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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소잉카 “내가 죽었다는 가짜뉴스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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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01 16:00:00 수정 : 2021-11-01 15:06:39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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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SNS에 가짜 부고 기사 유포
“벌써 몇 년째… 죽는 게 지루해질 정도”
지난 2017년 11월 방한한 월레 소잉카가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은 시인과 대담을 나누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내가 쓴 작품보다 내가 죽었다는 내용의 부고 기사를 더 많이 읽었어요.”

 

나이지리아 출신 소설가로 아프리카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월레 소잉카(87)가 최근 AP 통신과의 인터뷰 도중 내뱉은 탄식이다. AP는 탄자니아 출신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3)가 올해 스웨덴 한림원이 수여하는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것을 계기로 ‘아프리카 문학의 거봉’이라 불리는 소잉카와 만나 일문일답을 나눴다.

 

31일(현지시간) AP에 따르면 소잉카는 지난 9월 거의 50년 만에 새 소설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땅에서 온 연대기’(Chronicles from the Land of the Happiest People on Earth)을 출간했다. 현재 이 신작 홍보를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는 중이다.

 

“정말 피곤합니다. 나는 그냥 가능한 한 평범한 삶을 살려고 할 뿐인데…. 내 삶에 특별한 비법 같은 건 없어요. 그저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지 않는 거죠.”(소잉카)

 

90세에 가까운 고령이지만 아직 건강한 그에겐 뜻밖의 고민이 있다. 나이지리아의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소잉카가 사망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월 중순에도 그런 오보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부고 기사를 보는 것에 지쳤다고 했다.

아프리카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나이지리아 소설가 월레 소잉카. 세계일보 자료사진

“내가 죽었다는 기사를 하도 많이 읽으니 이젠 죽는 것이 지루해지고 있습니다. 내 사망에 관한 부고 기사는 전혀 창의적이지 않아요. 그런 가짜뉴스를 접할 때마다 그저 지루할 따름이죠. 벌써 몇 년째 계속 그러고 있어요.”(소잉카)

 

소잉카에 관한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배경엔 나이지리아 정권이 있다. 1966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나이지리아는 오랜 기간 군부독재를 경험한 뒤 1999년에야 가까스로 민주화의 첫발을 내디뎠으나 아직도 권위주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등 갈 길이 멀다.

 

1986년 소잉카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당시 나이지리아는 말 그대로 암흑기였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급진적인 글로 군사정권과 빈번히 충돌하고 심지어 옥고까지 치른 그는 1994년 외국으로 망명을 떠났다. 이 기간 군사정권은 그를 반역죄로 기소했고 궐석재판에서는 사형까지 선고됐다. 소잉카는 1999년 민주화 이후에야 겨우 나이지리아로 돌아갈 수 있었다.

 

“민주화 이후 22년이 지났지만 나이지리아는 아직 독재정권으로부터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에요. 과거에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정부와 싸우며 요구한 개혁 요구들 가운데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이 많기 때문이죠.”(소잉카)

 

다만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그 어떤 나라든 결국 미래의 운명은 젊은이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서다. 소잉카는 “잘못된 정치인, 부정부패, 폭력에 물든 극단주의자, 인권침해 등 나이지리아가 안고 있는 숱한 문제들을 보고 있으나 절망하지는 않는다”며 “어려움에 처한 국가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에너지와 노하우를 우리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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