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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공필칼럼] 금융시장에 필요한 것은 탈중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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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31 22:49:16 수정 : 2021-10-31 22: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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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주도의 금융위기 관리
민간 역할 제한… 다양성 저하
특정 소수 이윤 독점화 반복
급변의 시대 분산구도 시급

최근의 은행권 대출관리 강화로 안정화 노력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거듭된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를 배경으로 세계적으로 정부 및 민간부문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다 보니 조정과정에서의 위험관리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자칫 정책 의도와는 달리 자산가치 하락과 맞물린 또 다른 장기침체의 악순환 고리가 작동할 수 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자금의 흐름이 미래수익과 연결되지 못하면 버블이 수반되는 급격한 조정이 뒤따른다. 문제는 거듭된 위기를 배경으로 풀린 초저금리하의 유동성이 모든 분야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거품을 거두는 과정은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사다리 걷어차기식 위험과 직결될 수 있다.

소위 법적 신뢰주체의 역할을 통해 이루어지는 제도권의 금융은 평소 웬만한 위기충격을 이겨내는 강건함과 효율성을 과시하지만 다른 한편 지속가능성을 지켜주는 다양성을 제한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과도할 정도의 규제부담에 놓인 은행권의 경우 부동산에 치중된 경험법칙과 위험관리 차원의 규제가이드라인이 중시되므로 포용적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커지기 힘들다. 주로 공급자 입장에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니 불가피한 버블과 처리부담은 다시금 중앙화된 체제의 정책결정으로 구현된다.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고 그 결과를 수습하는 주체가 여전히 다수의 민간이 배제된 폐쇄형 시스템에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구도는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조차 민간의 역할을 제한하고 사회전반의 역량을 저하시킨다. 소위 특정 소수의 이윤독점화와 사회적 비용전가가 지속되면서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비할 기회마저 놓친 민간들은 새로운 참여 대신 급증하는 사회적 비용을 짊어져야 한다. 역동성과 다양성의 저하는 그 결과이다.

최공필 온더 디지털 금융연구소장

미래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다수의 심정에도 제도권 내에서의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다. 재원이 거듭 잘못 배분되는 배경에는 강건함과 효율성을 주로 추구하는 소위 참나무식 성장패러다임의 한계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의 환경변화는 모두에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차원의 사뭇 다른 대응방식을 요구한다. 이제라도 우리는 과거의 신뢰기반이 허물어진 현실 속에서 훌륭한 복원력을 가진 갈대숲의 메시지를 받아들여야 한다. 소수만이 향유하는 효율성과 안정성을 넘어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의 복원력과 포용성을 회복시켜야 한다. 연결된 민간들의 힘은 역동성과 다양성의 회복을 통해 중앙화된 권력이나 빅텍크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법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핵심적 변화는 탈중앙화와 분권화, 민영화 등으로 대변된다. 비대한 정부와 산하기구를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율기구와 스타트업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양면적 시장에서 고착화된 클라이언트 서버구도에서 벗어나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변화무쌍한 환경변화에 스스로 대응가능한 분산구도에 적응해야 한다. 소위 다수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무책임한 대안들이 성급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대안적 가치 자체를 외면하는 기득권들의 폐쇄성이야말로 미래사회의 신뢰토대 구축에 심각한 장애요인이다.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 주변과 미래를 필히 감안하는 새로운 사회규범이 자리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COVID-19) 사태를 계기로 모두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현실을 직면하게 됐다. 통합된 환경과 분열된 지배구조하에서 각종 사이버 테러나 기후변화와 같이 예상치 못한 충격이 수시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할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기반위에서 다듬어진 현재의 대응체계는 보다 개방적으로 유연하게 변모해야 한다. 참나무가 빼곡한 강건하지만 부러지기 쉬운 체제보다 수시로 변화하는 시장흐름에 순응하는 갈대숲의 유연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동시에 민간들도 환골탈태해 스스로의 다양한 자발적 연관을 통해 세상의 주인역할을 자임해야 미래성장엔진이 작동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변화를 구체화하려면 다양한 재원배분이 가능하도록 금융의 지평도 시대변화에 걸맞게 넓혀져야 한다. 즉, 제도권 금융도 보다 포용적으로 변신하면서 면밀한 준비과정을 통해 디지털 자산기반의 탈중앙화 금융의 확산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최공필 온더 디지털 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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