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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유출’ 유해용, 사법농단 법관 첫 무죄 확정

입력 : 2021-10-15 06:00:00 수정 : 2021-10-15 09: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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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때 소송문건 靑 누설혐의
대법 “위법 수집 증거 효력 없어”
‘재판개입’ 양승태 판결 영향 주목
참여연대 “法 ‘셀프재판’ 현실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뉴시스

유해용(55)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 총 14명 중 처음으로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 만으로는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4일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절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수석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 전 수석은 대법원에 근무하던 2016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병원장의 특허소송 처리 계획과 진행 경과 등을 문건으로 작성하도록 연구관에게 지시하고, 이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청와대 요청으로 소송 상황을 유 전 수석을 통해 받아본 뒤 이 내용을 청와대에 누설한 것으로 봤다. 또한 유 전 수석은 소송 당사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보고서를 퇴임하면서 가지고 나간 혐의, 대법원 재직 당시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이 같은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 전 수석이 연구관에게 문서 작성을 지시해 임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검찰이 압수수색 당시 촬영한 모니터 화면 사진과 이를 기초로 한 2차적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은 위법 수집 증거 배제법칙,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과 변호사법 위반죄에서의 ‘취급’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 누락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관심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나머지 법관들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법조계에선 유 전 수석의 확정판결이 가장 먼저 나온 것에 대해 혐의가 비교적 적어 심리가 원활했던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에 비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사법농단 의혹의 ‘본진’은 이번 확정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들이 혐의 중 본류는 ‘재판 개입’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8년 11월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기소했고, 2019년 2월 양 전 대법원장과 두 대법관을 재판에 넘겼다. 이후 2019년 3월 유 전 수석 등 법관 10명을 기소했다. 현재까지 이민걸·이규진 두 전직 법관의 유죄가 인정됐고, 이 전 법관(대법원 양형위원)은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법원의 ‘셀프 재판’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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