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은 벼 재배를 위해 물을 가둘 수 있도록 만든 농경지다. 따라서 밭작물을 재배하면 침수나 과습 피해를 볼 수 있다. 농친진흥청은 이를 해결하고 농작물 수량과 농가 소득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최근 효과를 확인했다.
농진청은 ‘무굴착 땅속배수’ 기술을 활용해 논에서 밭작물을 재배하는 시범사업(2018∼2020년)을 실시한 결과 농작물 수량은 평균 22.2%, 농가 소득은 33%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무굴착 땅속배수’ 기술은 트랙터나 굴삭기에 매설기를 연결해 주행하며 땅을 파지 않고 땅 속 50㎝ 깊이에 배수관(물빠짐을 좋게 하기 위해 지하에 고랑을 파고 묻는 관)과 충전재(왕겨)를 묻는 것이다.
땅을 파고 배수관을 묻는 굴착식보다 시공비용을 67% 줄일 수 있으며 흙을 깊게 뒤섞지 않아 땅의 수평을 깨트리지 않으면서 양분을 그대로 유지해 언제라도 다시 논으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무굴착 땅속배수’ 기술은 2018년부터 신기술 시범사업을 통해 논 다른 작물 재배단지를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다.
지난 3년간 17개소(71ha)에서 추진된 시범사업 분석결과, 농작물 수량은 콩(11개소) 14.2%, 옥수수(3개소) 8.3%, 감자(1개소) 19% 등 평균 22.2% 증가했다.
농진청은 “특히 지난해 여름 긴 장마로 강우량이 전년의 2배에 달해 습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평균 수량이 약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땅속배수 기술의 효과가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논에 ‘무굴착 땅속배수’ 기술을 시공한 경기 여주의 한 농가에서는 고구마 수량이 10a당 3201㎏으로 농가 평균(1263㎏)보다 2.5배 이상 많았으며, 경북 경주 농가에서는 콩 수량이 10a당 260㎏으로 평균(190kg)보다 1.4배 많았다.
2018년부터 경주에서 콩을 재배하고 있는 최동식씨는 “무굴착 땅속배수 시설을 설치한 후 물 빠짐 문제를 해결해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고 간편한 물 빠짐 관리로 노동력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농가 소득도 콩(11개소) 21.4%, 옥수수(3개소) 37.7% 등 평균 33%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술에 대한 농가의 만족도도 88%로 높게 나타났다.
무굴착 땅속배수 신기술 시범사업은 올해 경기 평택, 강원 양양, 충남 태안 등 3개소(5ha)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확대될 예정이다.
박기도 농진청 생산기술개발과장은 “무굴착 땅속배수 신기술 시범사업이 효과가 좋은 만큼 앞으로 정책 사업을 통해 농가에 더 많이 보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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