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승인 백신 모두 인정받아
멕시코·加 접경 주민 일제히 환영
국경 봉쇄로 경제 타격 회복 기대
멕시코, 서방 백신 확보 부진 곤혹
WHO 미승인 러·中 백신 접종 때문
일부 자국민 美 입국 금지될 수도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외국인들에게 다음달부터 국경을 전면 개방한다.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캐나다 정부는 물론 3국 접경 주민들도 일제히 환영하며 미국 입국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13일(현지시간)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육로 및 해로를 통한 입국을 포함해 내달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은 무역 등 필수 목적을 제외하고는 멕시코·캐나다로부터 자동차, 철도, 선박을 이용한 입국을 엄격히 통제해 왔다.
다만 입국자들은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의 통상 절차에 따라 백신 접종을 마쳤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미국 정부가 승인한 백신은 물론 미국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세계보건기구(WHO) 승인을 받은 백신도 인정된다. 현재까지 미국의 승인을 받지는 못했으나 WHO 승인이 난 백신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중국의 시노백·시노팜 백신 등을 들 수 있다.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캐나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많은 회의 끝에 (미국·멕시코) 국경 개방이 마침내 이뤄졌다”며 “우리는 일상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빌 블레어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도 “일상 회복을 향한 한 걸음 전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뒤 미국은 거의 19개월째 국경을 봉쇄해 왔다. 이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나라는 멕시코다. 하루 국경 통과자만 100만명에 이르는 미·멕시코 접경지역은 이동하는 주민의 급격한 감소로 식당과 쇼핑몰, 숙박업소가 잇따라 문을 닫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인구 3만5000명의 텍사스주 소도시 델리오의 블랑카 라슨 상공회의소 이사는 “지역사회 매출에서 멕시코 방문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65%에 달한다”며 “(미·멕시코) 국경을 사이에 둔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캐나다 접경 지역도 사정은 비슷해 인근 주민들은 막대한 손실을 호소하며 국경 재개방을 촉구해 왔다.
다만 멕시코는 미국과의 국경 재개방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처지다. 멕시코는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28만3000여명으로 미국, 브라질, 인도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을 만큼 큰 피해를 입었다. 화이자 등 서방 국가에서 개발한 백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올해 초 러시아·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자연히 멕시코 국민 수백만명이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그리고 중국산 칸시노 백신을 맞았는데 이 두 백신은 아직 WHO 승인을 받지 못했다. 멕시코는 앞으로도 자국민에게 스푸트니크V(1200만명분)와 칸시노(3500만명분) 백신을 계속 접종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백신 접종 완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한동안 미국 입국이 금지될 수 있다.
멕시코는 스푸트니크V 백신의 경우 세계 70개국 이상에서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데 WHO 승인이 나지 않은 점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WHO는 정치적·이념적 편향 없이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말로 WHO에 스푸트니크V 및 칸시노 백신의 신속한 승인을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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