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산업 등 탄소 저감에 주안점
제약·AI 등에 수십억 유로 투자
좌파 LFI대표 “마크롱식 선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00억유로(약 41조3700억원)를 투입해 프랑스를 재산업화하는 ‘프랑스 2030’ 계획을 내놨다. 수소 산업·소형원자로(SMR)·저탄소 비행기 개발부터 텔레비전 시리즈와 비디오 게임 투자까지 프랑스 경제를 현대화하기 위한 크고 작은 내용이 총망라됐다. 그러나 대선을 반년 앞두고 야심찬 청사진을 발표한 건 다분히 ‘재선용’이란 비난도 나온다.
12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90분에 걸쳐 프랑스 2030을 발표했다.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분야는 ‘탄소 저감‘이다. 프랑스는 120억유로를 에너지 전환과 저탄소 산업 개편, 친환경 교통수단 개발 등에 쏟아붓는다. 이 가운데 10억유로는 SMR 개발에 투입된다. SMR는 300㎿ 안팎의 소형 원자로로 핵폐기물은 줄이고 안전성은 높여 기존 대형 원전의 대안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상용화에 이르지는 못했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가 팩토리’도 2개 짓기로 했다.
또 40억유로를 들여 2030년까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20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자동차 제조사는 지난 30년간 참혹한 고통을 겪었다”며 “더 깨끗한 자동차로 방향을 재설정해 200만대의 전기·하이브리드차가 도로를 누비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년까지 세계 최초로 저탄소 항공기 개발에 성공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항공기는 운송 수단 가운데 연료 전환이 가장 더딘 축에 속한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오스트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단거리 국내선 운항을 금지한 바 있다.

이 밖에 제약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술 등에도 수십억유로씩 투자할 예정이다. ‘소프트 파워’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스트리밍 시리즈 개발은 문명사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넷플릭스와 아마존 플랫폼 이용자들이 거대 권력에 의한 콘텐츠를 고른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17년 대선에서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창업 국가’(start-up nation)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프랑스 2030도 창업 국가와 맥을 같이한다. 차기 대선은 내년 4월 실시된다. 그의 투자 계획을 두고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는 “비용과 관계없이 재선되고 싶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좌파 진영의 장 뤽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도 이날 발표를 ‘마크롱식 선전’이라고 깎아내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