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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전 진실 밝혀달라”… 진실규명 재촉구 나선 ‘KAL기 폭파사건’ 유가족

입력 : 2021-10-13 17:00:00 수정 : 2021-10-13 17: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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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858기 폭파 사건’ 유가족 등이 13일 오후 진실화해위가 위치한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앞에서 진실규명 신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4년 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지만 유가족의 참담한 고통은 오늘까지 쌀 한 톨의 무게만큼도 덜어지지 않았습니다. 34년의 한을 꼭 풀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 유가족이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13일 KAL기 폭파사건 유가족과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규명신청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유가족을 대리하는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언론 보도를 통해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돼 정부가 미얀마 현지 조사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에 유가족들은 그동안 묻혀있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2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더불어 진실화해위가 당시 안기부 개입 여부와 ‘무지개 공작’의 실체, 유가족 인권침해 등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아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시 교체승무원으로 KAL858기에 탑승한 신태호 부기장의 부인 김호순(72)씨와 현대건설 직원이었던 탑승자 김덕봉씨의 부인 임옥순(70)씨, 또 다른 탑승객 가족인 유인자(64)씨, 박은경(56)씨 등 유가족 여러 명이 직접 참석해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100명이 넘는 국민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정치 공작’으로 활용한 참담한 정부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묻고 사과는 누구에게 받아야 하나”라며 “사라진 가족이 아직도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 같다는 실낱같은 믿음에 이사도 안 가고 전화번호도 바꾸지 않은 채 살아가는 유가족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부는 실종자 가족들의 일상을 수시로 감시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말 한마디 할 수 없게 협박했으며 반북 집회에 동원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며 “국가의 보살핌과 위로가 필요했던 유가족을 오히려 짓밟고 억압해 인권을 침해한 과거 역시 드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실을 바라던 많은 유가족이 세상을 떠났고 더 이상은 미룰 시간이 없다”며 “진실화해위가 사건을 조사해 엉킨 실타래를 풀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KAL 858기 사건 유가족이 13일 오후 진실·화홰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있는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앞에서 KAL858기 진실규명 신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서 유가족은 정 위원장에게 “진실화해위가 마지막 믿을 곳이라는 생각으로 왔다”며 “위원장 임명 후 KAL858기 폭파 사건을 언급할 만큼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꼭 진실을 밝혀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KAL기 폭파사건’은 지난 1987년 11월29일 탑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운 채 아부다비에서 방콕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KAL858 보잉 707기가 실종된 사건으로 34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해나 유품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언론 보도를 통해 미얀마 해역에서 KAL858기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된 이후 정부는 수색단 파견을 위해 미얀마 군사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19년 외교부 비밀문서 공개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해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공작(무지개공작)’ 문서가 공개되며 노태우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사건은 안기부 수사와 참여정부 시절 재조사를 토대로 ‘북한 공작원 김현희에 의한 공중 폭파 테러 사건’으로 결론 났지만, 유가족은 정부가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느라 수색에 전력을 다하지 않은 점과 안기부가 사전에 사건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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