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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석화로 청구된 김만배 영장…검찰 곳곳 서두른 흔적

입력 : 2021-10-13 13:13:21 수정 : 2021-10-13 13: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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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천163억원 플러스 알파' 배임액 산정…기준 모호 논란
당사자 조사 생략하고 곽상도 아들 50억도 뇌물로…구체적 대가 관계 기재 못해

검찰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조사한 지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곳곳에 남긴 서두른 흔적들을 지적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영장 범죄사실 내용이 정교하지 못한 데다 관련자 직접 조사도 건너 뛰고 서둘러 영장을 청구했다는 분석과 함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변호인 측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절차적 문제나 부실한 범죄사실 증명으로 영장이 기각된다면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건을 검찰과 경찰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한 지 4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영장을 청구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체포 후 48시간 가까운 조사 후 영장이 청구됐지만 혐의가 방대한 김씨 조사는 14시간이 걸렸다. 두 사람 사이에 대질 조사도 없었다.

◇ 배임액 1천163억원+α…'예측 어려웠던 수익' 배임에 포함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김씨 피의자 조사 하루 만인 12일 오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과 횡령, 뇌물공여 혐의 등이다.

검찰은 김씨가 유 전 본부장과 공모해 사업협약서 등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수천억원대 초과 이익을 챙기고 그만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피해를 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입은 손해액을 '최소 1천163억원 플러스알파'라고 영장에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초반 예상 분양가(평당 1천400만원)로 계산하면 예상 수익이 3천595억원인데, 부동산 경기가 뛰어 주주 전체가 배당받은 금액은 5천903억원이됐다. 검찰은 그 차액인 2천308억원 중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지분율(50% +1주)만큼인 1천163억원을 손해액으로 잡았다. 여기에 아파트 분양 수익까지 더하면 공사에 입힌 손해가 수천억대에 이른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그러나 김씨 측은 "사업 초반 예상한 고정 이익을 성남시측이 다 확보했는데 어떤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냐"라며 검찰이 무리하게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사업 초반 예측이 어려웠던 수익 발생을 추후 배임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 곽상도측 직접 조사 생략하고 '50억 뇌물' 기재

검찰은 영장에 곽상도 의원의 아들 병채씨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퇴직금 50억원도 뇌물로 기재했다.

곽 의원은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뒤 20대 국회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검찰은 김씨가 이런 지위에 있던 곽 의원으로부터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수사 무마나 국회 업무 처리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아들에게 50억원을 줬다고 영장에 기재했다.

그러나 김씨가 구체적으로 곽 의원에게서 어떤 편의를 받았는지는 적시하지 못했다. 검찰은 뇌물 수수자 측인 곽 의원 아들이나 곽 의원 본인에 대한 조사도 아직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이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는 뇌물죄에서 섣부르게 곽 의원 부분까지 영장 혐의 사실에 포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뇌물 약속 금액 700억 최대치로 늘려 잡아…변호인들 "방어권 차단"

검찰은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700억원을 주고받기로 했다는 부분도 뇌물공여 약속으로 범죄사실에 넣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 체류 중인 남욱 변호사는 전날 JTBC 인터뷰에서 "2019년부터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400억∼700억원을 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언급했다. 당사자들 사이에 정확히 얼마를 주고받기로 했는지 진술들이 엇갈리고, 대질 조사도 없었던 상황에서 최대치를 뇌물공여액으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로서는 대통령까지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안 되니까 뇌물액을 최대 수준으로 적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변호인 측은 무엇보다 검찰이 피의자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김씨 측은 지난 11일 조사 과정에서 핵심 물증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들려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 조사 때 녹취록을 직접 들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검찰은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버렸다.

김씨 측은 "이건 검찰이 피의자를 기망한 것"이라며 "자금 추적도 제대로 안 된 것 같은데 청와대 지시가 나온 뒤 곧바로 영장을 청구했다"고 비판했다.

김씨 측은 14일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도 검찰 수사 과정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방어권 보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씨 측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어 영장 심사는 장시간 이어질 전망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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