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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던 文, 뒤늦은 '대장동 의혹' 철저 수사 지시 배경은

입력 : 2021-10-13 06:00:00 수정 : 2021-10-13 08: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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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의혹 관련 첫 입장 표명

대선후보 확정 이틀 만에 언급
檢, 김만배 사전 구속영장 청구
警, 유동규 휴대폰 포렌식 착수
남욱 “‘7명에 350억’ 계속 들어”

靑 “이미 사안의 심각성 예의주시”
참모진 만류로 직접적 언급 안해

김기현 “특검 거부 대국민 선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가을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한복을 입고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탁현민 의전비서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철저 수사를 지시했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야당이 파상 공격을 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지시여서 배경을 두고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해 전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 대통령은 12일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이 전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 지시 후 김오수 검찰총장과 김창룡 경찰청장은 검경 수사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키로 하고, 전담 수사팀이 꾸려진 서울중앙지검과 경기남부경찰청에 핫라인을 구축하도록 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 소환조사한 뒤 이날 새벽 귀가시킨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에 대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씨 측과 유전 본부장이 사업 협약서에서 민간 투자자의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빼기로 공모해 성남시에 1100억원대 손해를 입힌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그 대가로 개발 이익의 25%를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올 초 5억원을 먼저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치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김씨, 정영학 회계사와 함께 이번 사건의 ‘핵심 4인방’으로 꼽히며 미국에 체류 중인 남욱 변호사에 대해 여권 무효화 카드로 귀국을 압박하고 있다. 외교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고 이번 주 중 남 변호사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에 착수키로 했다. 남 변호사는 이날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정 회계사가 작성한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에 언급된 김씨의 ‘350억원 로비설’과 관련, “(김씨가) ‘50억씩 일곱 분에게 주기로 했다’는 얘기 저희는 계속 들었다. ‘많이 들어가니 니들이 이런 비용 내라’고 해서 (김씨와) 부딪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언론에 나오는(국회에서 ‘50억 클럽’ 의혹 제기된) 분들 이름 저도 다 들었지만 (실제 로비한 게) 맞다는 말씀은 못드린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절차에 착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송병일)은 유 전 본부장이 밖으로 던져버렸던 휴대전화 습득자와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을 불러 유 전 본부장의 관계, 습득 과정, 휴대전화 상태 등을 확인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0월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무죄 판결과 관련해 ‘재판 거래’ 의혹이 있다며 부정처사 후 수뢰, 공직자윤리법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권순일 전 대법관을 고발했다.

 

검찰은 이 지사가 ‘유 전 본부장은 나의 측근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한 단체로부터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경근)에 배당했다.

 

◆침묵하던 문 대통령, 뒤늦은 대장동 수사 지시 배경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신속·철저 수사 지시가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대장동 특혜 비리 의혹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청와대는 이미 사안의 심각성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경선 과정을 고려해 그동안 섣불리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선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메시지를 냈다는 것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1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하여,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스1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12일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석은 대통령의 말씀 내에서 해 달라”며 “전해드린 대통령의 말씀은 각각 명확했다”고 말했다. 앞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과 경찰의 신속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해 직접적 언급은 피했지만 간단치 않은 사안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5일에는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첫 메시지를 냈고, 이틀 뒤인 7일에도 이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직접적인 메시지를 그동안 내지 않았던 것은 경선 과정을 의식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사건 초반부터 검찰·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였지만, 참모진이 경선 과정에 개입된다는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만류해 직접적인 입장 표출은 자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 후보로 대선 경선이 마무리된 만큼 지금이야말로 신속·철저한 수사 지시라는 대통령 메시지를 내기 적당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의 뜻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끝내라’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당장 검경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 후보 측에서는 일단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합동수사본부나 야당의 특검 도입보다는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춘 문 대통령의 지시는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수사 언급 자체만으로도 이 후보 측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청와대는 이 전 대표 측이 요구한 합수본에 대해서는 “해석은 대통령의 말씀 내에서 하면 된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것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을 겨냥해 “특검을 거부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며 “특검을 촉구하는 압도적인 국민 여론을 우회적으로 배척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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