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이대로 본선 가면 질게 뻔해”
송영길 책임론 제기… 지도부 압박
여권 관계자 “낙, 당 깨고 나가겠나”
더불어민주당이 무효표 논란에 허우적대고 있다. 대선 후보를 선출했지만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어서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지도부 책임론을 들고나오면서 갈등이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후보 측은 최대한 낮은 자세로 대응을 자제하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하면 봉합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전 대표 측 설훈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2일 CBS라디오에 나와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데 당 지도부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이 상황에서 ‘원팀’으로 본선에 가 이길 각오가 돼 있느냐.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직격했다. 설 위원장은 “원팀이 안 되는 상태에서 본선에 나가서 이길 수 있겠느냐. 진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와 이재명 후보 측이 결선투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전 대표를 지지했던 당원들의 지지를 한데 모을 수 없다고 지적한 셈이다. 이 전 대표 측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단 13일 당 지도부 결정을 지켜보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중재자가 돼야 할 송영길 대표의 태도 문제까지 거론됐다. 송 대표는 이날 TBS라디오에 나와 “이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도 승복해야 할 상황”이라며 “항상 진중하시고 진지하신 우리 이낙연 전 대표께서 당 전체를 위해서 결단하고 승복하실 거라고 본다”고 압박했다. 물밑에서 봉합해야 할 지도부가 여론전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표 측 일각에서는 사법부로 갈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 전 대표 측 신경민 상임부위원장은 전날 밤 KBS라디오에 나와 “송영길 지도부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봐야겠지만 지지자들이 격앙돼 있다”며 “(지지자들은) 사법부로 가자고 얘기를 한다. 그러면 저희가 만류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감정이 격해진 당원들의 행동을 일일이 말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은 갈등을 최소화하고자 표면적으로는 이 전 대표 측 반발에 정면으로 맞서진 않고 있다. 우원식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갈등이 잘 봉합돼 갈 것이다. 당이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이 전 대표 측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어 봉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결선투표 요구는) 있을 수 없는 행태다. 사실 당에 대선 후보 결과에 대해서 이의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없고, 당 대표가 이미 끝났다고 선언했다”며 “이런 식으로 해서 결선을 하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또 관례가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가”라고 비판했다.
다만, 당에서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이 후보로 뭉쳐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에서는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일부 의원을 빼고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로 변하고 있는 기류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전 대표 측에서 그렇다고 당을 깨고 나갈 수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이 전 대표를 돕던 의원 중에도 국정감사 준비 등의 이유로 파견 갔던 보좌진들이 많이 돌아온 것으로 안다”며 “3차 선거인단 결과를 보고 속상한 심정은 알겠지만 이 전 대표만 승복하면 원팀이 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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