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아프간 국경 넘어
美·파키스탄 등 도와… “보은한 것”

13년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구조를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통역사가 탈레반 치하 아프간 탈출에 성공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아프간전 당시 미군 통역사로 일했던 아만 할릴리(49)와 그의 아내, 자녀 5명이 아프간에 이어 파키스탄을 탈출했다. 이들은 아프간에서 600마일(약 965.6㎞) 넘게 이동해 지난주 파키스탄과의 국경을 넘었다.
미 국무부와 파키스탄 정부 당국자들, 미국의 아프간전 참전용사와 전직 아프간 군인들이 할릴리 가족의 탈출을 백방으로 도왔다.
구출 작전에 참여한 자원봉사 단체 ‘휴먼 퍼스트 연합’은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프 포텐베리 연방 하원의원, 크리스 쿤스 연방 상원의원 등의 지속적 지원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아프간전 참전용사 브라이언 젠테는 “할릴리는 우리가 아프간에서 싸우는 동안 우리를 지켜줬다”면서 “그 호의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이던 2008년 동료 의원들과 함께 아프간을 찾았다가 눈보라로 인한 기상악화로 타고 있던 블랙호크 헬기가 산악지대에 불시착해 조난을 당했다. 할릴리가 이들의 구조 작전에 참여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무사히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지난 8월 말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시한이 다가오자 할릴리는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믿는다. 그가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강한 신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할릴리 가족이 파키스탄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할릴리는 수년 전 미국에 특별이민비자(SIV)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방송은 “그가 SIV를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