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수년간 특정 해외 기종의 자체 조달을 고집해오면서 국내 물자 조달을 권고하는 조달청 지침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달청 권고는 국가 간 분쟁 등 위기상황에도 부품 조달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 이뤄진다.
12일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에 따르면 2015년 강원소방, 2016년 서울소방은 헬기를 구입하며 국산을 배제하고 해외 기종에 대한 입찰을 추진했다. 이에 조달청이 공문을 보내 “내자조달을 하더라도 해외 기종의 입찰에는 제한이 없다”며 조달을 반려했지만, 두 지자체 모두 권고를 무시하고 자체적으로 외자조달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외자조달을 추진한 경우는 2015∼2020년 사이 전남소방, 전북소방, 광주소방 등 5곳 이상에서 이뤄졌다.
조달사업법 및 조달청 관련 규정에 따르면 국내 조달가능한 물품이 있을 경우 내자조달을 추진토록 규정하고 있다. 또 국가계약법 및 관련 규정에 따르면 국가안보 및 공공의 질서 유지와 관련된 물품이거나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한 물품에 대해서는 해외 국가 간 분쟁 상황에서도 물품과 부품 조달에 차질이 없도록 국내 입찰을 통해 해당 물품을 조달하도록 하고 있다.
정기적·지속적인 부품 조달과 기술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헬기 등의 경우 해외 조달 시 국가 간 분쟁이나 갈등이 생기게 되면 지원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서 의원실의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술지원 인력이 국내에 들어와 정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자가격리와 이에 따른 기간 연장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과 직결되는 중요한 장비에 대해서도 법령에 근거한 조달청 권고를 관례적으로 묵살해온 것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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