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당사자들 주장 서로 엇갈려
정영학 녹취록 진위 규명도 과제
김만배 빌린 473억 용처 밝혀야
사업자 선정과정 특혜 여부 수사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전직 기자 김만배씨를 소환한 것은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인한 수익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주된 분석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우선 화천대유 배당금의 최대 수혜주인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를 둘러싼 논란부터 규명해야 한다. 실소유주가 확인되면 화천대유·천화동인 자금이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쓰였는지를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같은 ‘로비 의혹’은 물론 화천대유가 개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과정의 ‘특혜 의혹’도 밝혀야 한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는 누구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11일 김씨를 소환해 조사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1208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누군지를 강도 높게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는 화천대유 수익의 귀착점을 대부분 알고 있는 핵심 관계자가 된다. 검찰은 김씨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혹은 제3자가 실소유주일 수 있다는 세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우선, 스스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김씨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김씨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만약 유 전 본부장이 주인이라면 저한테 돈을 달라고 하지, 왜 정민용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측근)에게 돈을 빌렸겠느냐”고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정 변호사에게 사업과 이혼자금 등 11억8000만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주인일 가능성도 있다. 정 변호사가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에는 “유 전 본부장에게서 ‘내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변호사는 2014년 10월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선정에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핵심 인물이다. 유 전 본부장이 실소유주란 의혹이 불거진 유원홀딩스 대표이기도 하다.
제3자가 전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엔 김씨가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 아닌 것을 다들 알지 않느냐. 절반은 그분 것이다”라고 말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전 본부장이 김씨보다 다섯 살 어린 점을 감안하면, 김씨가 언급한 ‘그분’은 유 전 본부장은 아닐 확률이 높다.

◆350억원 정·관계 로비설 실체는
검찰의 다음 수사 대상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로부터 ‘자금이 정·관계 로비에 활용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성남시 의장에게 30억원, 성남시 의원에게 20억원이 전달됐다. 실탄은 350억원”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천대유 측은 정·관계 로비설을 극구 부인하지만 석연치 않은 정황이 수두룩하다. 우선 화천대유가 곽상도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과 위로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점, 권순일 전 대법관이 퇴직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한 점은 확인된 사실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정했다는 ‘50억원 클럽’ 명단 6명을 공개하기도 했다. 물론, 지목된 인물들은 “법적 조치”를 예고하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들 로비설을 규명하려면,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원의 사용처부터 확인해야 한다. 현재 밝혀진 건 김씨가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검의 인척인 대장동 아파트 분양업체 대표 이모씨에게 건넸다는 100억원, 대장동 토지 수용 과정에서 묘지 이장비와 임차인의 이전 합의금 등 명목으로 쓴 10억여원 정도다. 김씨가 남 변호사에게 수표로 전달한 4억원,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5억원도 473억원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제외하면 350억여원이 비는데, 검찰은 이 자금의 최종 종착지를 추적할 전망이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 있었나
수사의 다른 큰 축은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과정의 특혜 의혹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2012년부터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 유 전 본부장, 이재명 경기지사의 최측근 A씨 등을 수십 차례 만난 ‘판교모임’ 정황이 드러났다.
대장동 개발사업엔 관련 업계의 강자인 메리츠증권과 산업은행 컨소시엄이 참여했는데, 성남의뜰은 이들보다 차입이자율을 높게 제시하고도 사업권을 따냈다. 검찰은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 정 변호사가 낸 자술서,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의 진술 등이 자금 흐름 등 객관적 증거와 일치하는지 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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