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팀 승리하기 위해 최선”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경기지사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지 하루 만에 경선 과정에서 사퇴한 후보의 무효표 처리를 놓고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세균 전 국무총리·김두관 의원이 사퇴 전까지 얻은 표를 무효로 처리한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이의신청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당헌·당규대로 처리했다”며 이의 제기 수용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에서 뜻을 굽히지 않아 당내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낙연 캠프 종합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은 11일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를 찾아 당 총무국에 이의신청 서류를 냈다. 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무효표 처리를 취소하고 결선투표를 치러야 그게 진정한 원팀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라며 “당 최고위가 적극 논의하고 수용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측 홍영표 의원은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전 총리와 김 의원이 후보직 사퇴 전까지 각각 얻은 2만3731표와 4411표를 모두 유효 투표에 합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결선투표를 요구했다. 이 전 대표 측 계산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득표율은 50.29%에서 49.3%로 과반에 미달한다. 이 전 대표 측은 경선 불복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광온 의원은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도 실수할 수 있으니 비디오판독을 요청하지 않는가”라며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고 경기 불복이라고 말하진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당 선관위는 이의신청서가 접수된 만큼 즉각 논의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당 안팎에서는 후보가 확정된 만큼 다시 결선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도 전날 경선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규에 중도 사퇴한 후보는 무효 처리한다고 돼 있고, 당규대로 그대로 실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송 대표가 이 후보 선출을 즉각 엄호하면서 ‘이심송심’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등 원팀 기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이 불복 의사를 철회하지 않고 논란이 장기화한다면 대선 본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송 대표는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신청에 대해 즉각 “우리 당은 어제(10일) 이재명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고, 제가 추천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분열됐을 때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 30년에 걸쳐 영호남을 통합하고 전국적인 민주당을 만든 과정을 이낙연 총리께서는 기자 시절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16대 국회를 하며 같이 겪어온 분”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민주당은 함께하며 이 과정을 겪어왔기 때문에 원팀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개개인을 넘어 민주당에 주어진 소명”이라며 ‘원팀’을 강조했다. 대통령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줬다고 전했다. 송 대표는 또 이날 오후 국회 최고위에서 이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도 “이제부터 이 후보는 단순히 경기도지사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집권 여당,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도 원팀 정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당 지도부와 가진 간담회에서 “개인의 선거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되는 민주개혁세력 전체의 선거”라며 “하나의 팀원이고, 팀 자체가 승리할 수 있도록 각자가 정해진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당의 일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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