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경기지사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더불어민주당이 심각한 내분에 휩싸였다. 이 지사에게 패배한 이낙연 전 대표 측은 ‘무효표 논란’과 관련해 결선투표를 주장하고 나섰고, 송영길 대표는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운영된다”며 이를 일축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논란이 된 당헌·당규의 해석을 바로잡기 위한 당무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원팀’을 구성해 앞으로 나아가도 부족할 시점에 경선불복으로 파열음을 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이 지사는 50.29%를 득표해 과반에 턱걸이하며 결선투표 없는 본선 직행을 확정지었다. 이를 놓고 이 전 대표 측에서는 중도 포기한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득표를 무효표로 처리해 총투표수에서 제외한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는 당규 59조 1항에 따라 두 후보의 득표를 유효 투표수에서 제외해 무효표로 처리했다. 이 조항은 후보자가 사퇴한 뒤 얻는 득표에 한정해야 한다는 게 이 전 대표 측 주장이다. 사퇴한 두 사람의 득표를 총투표수에 산입할 경우 이 지사의 득표율은 49.32%로 낮아져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당 선관위는 지난달 15일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을 일축한 바 있다. 2012년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대선 경선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무효표로 처리됐다. 정 전 총리와 김 의원도 이 지사와 당 지도부의 손을 들어줬다. 송영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원칙을 지켜야 이 분란을 헤쳐나갈 수 있다. 이 지사도 이 고비를 넘기려면 이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정치력과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경선이 끝나고 당 대표의 추천서까지 전달된 마당에 룰을 문제 삼는 것은 분란만 낳을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제 사전에 불복은 없다”고 선을 그어 온 만큼 이런 명분 없는 공방은 빨리 끝내야 한다. 차기 대선은 민주당에 가뜩이나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52%로 ‘정권유지’(35%)보다 훨씬 더 우세했다.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해 온 힘을 쏟아도 민주당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게 이번 대선이다. 이 전 대표가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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