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950년대에 이미 美 선택" 입장 거듭 강조해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한·미동맹의 향방이 내년 한국 대통령선거에 달려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끈다. 대선을 앞두고 요즘 요동치는 한국 정치권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11일 호주 퍼스 미국아시아센터에 따르면 해리스 전 대사는 이달 초 센터의 고든 플레이크 교수와 화상 인터뷰를 했다. 플레이크 교수는 한반도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북한 문제나 한·미관계 등에 관해 국내 언론에도 종종 자문을 한다.
플레이크 교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실행 가속화, 미국·일본·인도·호주 4국 협의체 ‘쿼드’(Quad)의 결속력 강화, 그리고 미국·영국·호주 3국의 새 안보 동맹 ‘오커스’(AUKUS) 출범 등 격변하는 아시아·태평양 정세를 거론하며 ‘한국의 국제적 역할을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했다. 한국의 쿼드 가입 여부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물었다.
이에 해리스 전 대사는 “한국에 있을 때 한국 파트너들로부터 ‘미국은 왜 한국에 미국을 선택하라고 요구하느냐’는 물음을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그것은 옳지 않은 질문”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6·25전쟁이 일어난) 1950년에 미국은 한국을 선택했고 한국 역시 전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통해 미국을 택했다”며 “중국의 경우 1950년 북한을 선택했고 이후 북한도 중국과의 군사동맹을 통해 중국을 택했다”고 말했다. 북한에 관해선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대북제재를 완화하거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한국이 쿼드에 가입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해리스 전 대사는 “한국은 (최대 교역 상대방인)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의식해 쿼드 문제에서 소극적이고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며 “하지만 한국에는 쿼드 가입과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비록 몸은 한국을 떠나 있지만 한국에 최대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자 애쓴다”며 “한국의 쿼드 가입, 그리고 한·미동맹의 향방 등은 내년 대선 결과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도 했다.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지사는 조건부 대북제재 완화를 공약한 상태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미국과 중국에 협력하겠다”고 밝혔으나 쿼드 가입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전 경남지사 등 야당인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대체로 대북·대중 강경론과 한·미동맹 강화론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쿼드에 대해서도 “가입해야 한다”는 입장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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