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 건전한 민주주의와 불가분 관계”

올해 노벨평화상이 이례적으로 현직 기자들한테 돌아간 가운데 평소 ‘언론의 자유’를 강력히 외쳐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수상자들한테 뜨거운 축하를 보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언론인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억압이 점증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 노벨위원회에 경의를 표했다.
11일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직후 내놓은 개인 성명에서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와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 두 사람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그들은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레사는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 무라토프는 러시아의 블라미디르 푸틴 정권과 싸워 온 대표적 반(反)정부 언론인이다. 기자가 노벨평화상, 아니 노벨상을 받은 건 1935년 당시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정권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가 고문을 당하고 강제수용소에 보내진 카를 폰 오시에츠키(1889∼1938)의 수상 이후 65년 만의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레사와 무라토프에 관해 “권력 남용의 점검, 부패 폭로, 정부를 향한 투명성 요구 등 많은 업적을 세웠다”고 칭찬했다. 이어 “두 사람이 건전한 민주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인 언론의 자유 원칙에 기여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끈질긴 위협과 괴롭힘, 소송 등에 시달렸다”며 “특히 무라토프의 경우 그의 동료 언론인이 사망하는 일까지 겪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눈길을 끄는 건 바이든 대통령이 안팎의 예상을 깨고 현직 언론인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뽑은 노벨위원회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 점이다. 그는 “레사와 무라토프의 뛰어난 업적을 더욱 영예롭게 만든 노벨위원회 측에 박수를 보낸다”며 “요즘 전 세계에 걸쳐 언론인, 자유로운 언론, 그리고 표현의 자유 원칙에 대한 압박이 점증하고 있는데 노벨위원회가 바로 이 점에 주목을 기울인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을 ‘민주주의’와 ‘인권’에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언론의 자유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을 줄기차게 피력해왔다. 지난 6월 중국이 홍콩의 반중 매체 빈과일보를 폐간 조치하자 그는 개인 성명에서 “세계 언론의 자유에 슬픈 날”이라며 “홍콩, 그리고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세계 각지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언론의 자유”라고 밝혔다. 홍콩에서 반중 언론인들이 잇따라 구금되는 등 탄압을 받는 현실에 “저널리즘은 범죄가 아니다. 독립 언론은 사회에 둘도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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