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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표현의 자유’ 지킨 언론인 노벨평화상 수상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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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10 23:30:33 수정 : 2021-10-10 23: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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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8일 언론자유 수호에 앞장서온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와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를 2021년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 언론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1935년 독일의 전쟁 재무장 실태를 고발한 독일 기자 카를 폰 오시에츠키 이후 86년 만이다. 이들의 수상이 남다른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이 이른바 ‘언론재갈법’이라는 불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작금의 상황과 무관치 않아서다.

CNN지국장 출신인 레사는 필리핀 반정부 언론사 ‘래플러’를 설립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를 비판해 왔다. 정권의 부패와 무능을 고발하는 기사에 필리핀 정부와 정부기관은 어김없이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대응해 왔다. 느닷없는 외국환 관리법 위반 혐의와 탈세 혐의를 내세워 언론사를 압박했다고 한다. 무라토프는 24년간 러시아 반정부 신문인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으로 일하며 선거조작, 공무원부패, 여론조작 등을 폭로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부의 치부를 만천하에 폭로했다. 6명의 가제타 기자가 의문의 살해를 당하는 위협에도 꿋꿋이 맞섰다.

노벨위원회는 “민주주의와 항구적 평화의 전제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점점 더 불리한 조건에 직면하고 있는 세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모든 언론인의 대표자들”이라고도 했다. 국제적 비난에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해에만 세계 17개국이 가짜뉴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허위 사실 유포를 막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반정부 인사와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데 이 법을 악용하고 있다. 현 정부가 정당한 비판보도를 ‘가짜뉴스’라는 틀 안에 가둬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행태와 유사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 대통령임을 자처해 왔다. 그런 그가 휴먼라이츠워치, 국경 없는 기자회 등 국제 인권·언론단체로부터 표현의 자유·인권 침해를 지적받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의 국격을 훼손하고 국제망신만 초래할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폐기하는 게 순리다. 자구 몇 개만 바꾼 채 반민주·반헌법 악법을 통과시키려는 꼼수를 버려야 한다. 대한민국이 ‘인권후진국’도 모자라 ‘언론후진국’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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