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력난·헝다 위기 등 악재
코스피 10월에만 3.67% 급락
증권가 “2880선까지 밀릴수도”
2021년 말 달러당 1200원선 넘을 듯
국채금리 상승도 심상치 않아

10월 들어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는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 채권 금리는 오르는 ‘트리플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해외로 유출돼 주가·원화가치·채권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는 위기 징후라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트리플 약세는 국내 요인보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인플레이션에 따른 미국 정부의 셧다운 우려, 중국 전력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 파산 위기 등 대외적인 요소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16포인트(0.11%) 하락한 2956.30에 마감했다. 지난 6일 2908.31까지 떨어지며 2900선까지 위협받던 상황에서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3000선 회복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3.67% 하락하며 주요 20개국(G20)의 대표지수 중 일본 닛케이225(-4.77%)에 이어 두 번째로 크게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밴드의 하한선을 2880선까지 제시하며 2900선도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미·중 갈등이나 헝다그룹 사태, 석유나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이 연내 테이퍼링 실시를 시사한 가운데 연말로 갈수록 에너지 가격은 급등할 수 있다. 미국 부채 한도도 12월까지 2개월 유예되는 데 그쳤다.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부동산 시장 리스크,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의 악재가 상존하고 있으며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며 “증시는 단기에 큰 폭의 반등을 보이기보단 현 지수대에서 높은 변동성을 수반한 등락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12일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역대 최저금리에 힘입은 풍부한 유동성에 빠르게 성장한 만큼, 지난 8월에 이어 이번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에 큰 타격을 줘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더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율이 증시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8일 원·달러 환율은 1194.6원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7월28일(종가 1196.9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달러 강세가 연말까지 이어져 1200원선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문제가 된 공급망 병목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율이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분석돼 연말까지 달러 강세와 물가 상승은 우리가 안고 가야 한다. 달러당 1200원까지는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국고채 금리도 심상찮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10월 금리 인상 후 11월 연속 인상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시장은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가 1.50%까지 인상될 가능성을 일부 가격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며 “3년물 금리는 1.80%를 상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과도한 반응”이라며 시장의 우려를 달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나라 시장의 기초여건이 비교적 튼튼하다는 설명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 관련 부서와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해외에서 바라보는 우리 경제에 대한 평가 등을 보다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고려하면서 차분하게 시장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대외신인도와 대외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 등도 흔들림 없이 유지·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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