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 “유 전 사장, 영화 기획·제작에 참여… 수익창출·저작권 확보할 수 있어”
자체 예산 포함 투자비 388억원…“계획 무산됐지만 사적 활용 의심”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의 핵심인물인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재임 시절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방식의 영화투자를 계획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장동 개발처럼 대규모 도시개발에 이용되는 기법인 PFV는 금융회사 등 투자사들이 지분을 투자한 뒤 사업 성패에 따라 배당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블록버스터급’ 영화제작에 종종 활용되는데, 유 전 사장이 사업구조 다각화를 외치며 지분투자 방식의 영화제작을 밀어붙였다는 지적이다.
◆ 경기관광공사에서 지분투자 영화사업 설계…“영화산업에 문외한”
10일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에 따르면 유 전 사장은 2018년 10월 취임 뒤 이듬해부터 영화산업 투자를 구체화했다. 본부장으로 일하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대장동 개발이 마무리되던 단계로, 주주들의 고액 배당이 가시화되던 때였다.
유 전 사장은 영화투자가 좌절된 뒤 지난해 12월 임기를 9개월이나 남기고 사임하기까지 ‘전략사업’으로 영화투자를 첫손에 꼽았다.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영화산업에 리스크를 감수하며 수백억원을 ‘올인’하려던 이유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한양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부동산개발 등에 관여했지만 문화사업과는 인연이 없었다. 취임 직후 안팎에서도 “도시개발공사에 근무했던 사람이 무슨 관광공사 사장이냐”는 핀잔을 들었다.
공사 관계자는 “영화 촬영지와 일부 비용을 제공하는 PPL 방식의 투자로는 영화가 대박이 나도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유 전 사장이) 직접 영화 기획·제작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 사장은 지난해 2월 지역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직접 제작자로 투자하면 수익창출과 PPL은 물론 저작권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형은 전략투자였지만 공사 연간 예산을 웃도는 388억원의 투자금은 논란을 빚었다. 당시는 공사가 수백억원을 투자한 ‘화성 관광단지’ 영화지구 사업도 15년째 표류하던 때였다.
도 관계자는 “영화는 기획안과 시나리오, 종잣돈만 있으면 부동산개발처럼 펀딩을 받을 수 있다”며 “요구한 388억원 중 영화제작과 직접 연관된 돈은 198억원이었다. 이를 쪼개 PFV 방식의 투자를 하려던 것으로 보였다”고 기억했다.
실제로 유 전 사장과 공사는 2019년 11월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영화산업 연구용역을 마쳤다”며 “신한국 문화창달을 위해 영화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7월 열린 도의회 상임위에선 “공사 미출자 자본금 출자건의를 통해 영화제작 지원을 하고 콘텐츠 생산과 확산, 제작비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자립형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 자체 예산 포함 투자비 388억원…“계획 무산됐지만 사적 활용 의심”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높은 리스크와 영화산업의 수익성 악화 등으로 지난해 10월 경기도 타당성 검토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도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2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유 전 사장은 ”(일단) 내년에 50억원을 요청했는데, 기획조정실에서 예산 편성이 안 됐다”고 불평했다.
도 관계자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유 전 사장이 성남도공에서 대장동 사업을 함께 기획한 정민용 변호사와 ‘유원오가닉’이란 회사 설립을 준비하던 시기와 겹치는 것 같다. 공사 영화투자를 개인 사업에 이용하려던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가 유 전 사장과 동업관계라고 밝힌 유원오가닉을 설립한 건 지난해 11월로, 준비 기간은 수개월에 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유원홀딩스로 개칭된 이 회사의 사업목적에는 영화 및 드라마 협찬 대행업, 부동산개발·컨설팅 등이 포함됐다.

정 변호사는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의 ‘키맨’이자 대학 선배인 남욱 변호사의 추천으로 성남도공에 입사해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으로 일했다. 남 변호사는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인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영개발을 포기한 뒤 민간 개발을 위해 주변 토지를 사들이고 토지주들을 직접 설득했다. 2014년 대장동 개발 방식이 민관 합동으로 바뀌면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개발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로, 1007억원가량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장동 특혜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미국 체류 중 종적을 감춘 남 변호사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7일 국제형사기구(인터폴)에 공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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