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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관리비 연체하자 전기 끊어…대법 "정당행위"

입력 : 2021-10-10 10:51:28 수정 : 2021-10-10 10: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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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가 관리비를 장기간 내지 않는 등 부당한 상황이 있다면, 건물 관리자가 전기를 끊는 것은 정당한 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 등 2명이 B위원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당시 B위원회는 대전에 있는 한 집합건물의 소유자로 이뤄진 관리단이었다. A씨 등은 해당 건물에서 사우나 및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A씨 등이 4년치 관리비 7300여만원을 내지 않자, B위원회는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청구해 승소했다. 이후 B위원회는 관리비 지급을 다시 독촉하는 한편, 계속해서 내지 않으면 전기를 끊겠다고 알렸다.

 

그럼에도 A씨 등이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자 B위원회는 A씨 등이 운영 중인 점포에 대해 단전조치를 했으며, 미납 관리비를 지급하라고 다시 소송을 냈다. 당시 B위원회가 A씨 등에게 부과한 관리비는 9600여만원이었다.

 

A씨 등은 B위원회의 단전조치가 위법하다며 전기를 끊은 것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라며 맞소송을 청구했다.

 

B위원회는 건물 관리규약에 근거해 단전조치를 내렸는데, A씨 등은 해당 규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요건에 못 미치는 인원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건물관리 규약의 제·개정 과정에서는 4분의3 이상이 참여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B위원회의 단전조치가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전기를 끊을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고 그러한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된다면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1심은 "A씨 등은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장기간 관리비를 체납했고 액수도 수천만원에 이른다"라며 "B위원회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노력했으나 해결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B위원회는 단전조치를 하기 전 아홉 차례에 걸쳐 관리비 납부를 독촉하며 단전조치를 예고하고, A씨와 납부를 합의하기도 했으나 이행되지 않아 부득이 단전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단전조치가 위법하다는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등이 내지 않은 관리비에 관해선 일부 금액을 B위원회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B위원회는 관리비 지급에 관한 소송을 취하했다. 이에 2심은 단전조치가 위법하다는 A씨 등의 주장을 심리했다.

 

2심 역시 "B위원회는 한국전기공사로부터 전기요금 납부독촉 및 계약해지 예고에 따라 건물 전체의 전기공급 중단을 모면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면서 "입주민의 피해를 줄이고 공동이익을 보호하고자 단전조치를 취했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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