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고향을 찾은 부산 사나이 조진웅을 8일 부산 영화의전당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만났다. 이틀 전 개막식에서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던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관객분들이 있는지 몰랐다. 항상 비대면으로 해서 당연히 그런 식으로 하지 않을까 했는데, 관객들이 참여하신 걸 보고 솔직히 눈물이 났다”면서 “내가 이것 때문에 살았지 하니까 순간 울컥하더라. 내가 관객들 만나려고 이렇게 새빠지게 하는 건데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했구나”라고 말했다. 이어 “나의 본질이 무엇인지, 레드카펫 세레모니하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배우 조진웅과 나눈 일문일답.
─개막식에서 넘치는 애교와 포즈 등으로 화제가 됐는데.
“개막식에 참석한 부분 너무 행복하다. 대한민국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장 큰 축제이고 대한민국 콘텐츠의 힘. 지금 뭐 난리가 났지 않습니까. 명맥을 이어온 선배들의 피와 땀이 일궈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코로나 질병이 창궐했다 하더라도 이 영화제를 굳건히 지켜내고,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한 것 같아 흡족했다. 더 잘 만들겠다.”

─올해의 배우상 심사기준은.
“다른 기준은 없는데, 우리 선배들이 해왔던 것에 누가 안 되려고 한다.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무게감이 있지만 객관성을 가지고 영화를 바라보는 한 관객이 되어야 하지 않나. 내 영화 볼 때는 조마조마한데 남의 영화 평가할때는 재밌다. 영화제에 참여한 관객과 참여자로서 즐길 거다.”
─감독으로서 경험은.
“영화 연출은 처음 해보는 건데 재밌었다. 항상 카메라 앞에서다가 카메라 뒤의 동선을 처음 보게 된 거다. 두 달 정도 시간이었는데 그 동선을 확인하는 순간 매일 밤 숙소에서 울었다. 대강은 알았는데 확실히 보고 나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가지고…한 번 해보길 잘했구나 생각했다. 많은 감독님들과 작업을 했었는데 그게 다 노트가 되더라. 연기할 때 가진 소신은 진심인데 영화 촬영에서도 이것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서 영화 현장이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그동안) 소처럼 일했는데 최근 1년 반 동안 한편도 안 했다. 제작현장은 너무나도 힘들어졌다. 11월1일부터 촬영 들어가는 작품이 하나 있는데 이것도 스트리밍을 조건으로 한 투자를 받았다. 그 자체도 기적적인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시기기 때문에 오히려 제작진들의 임하는 마인드 자체가 달라지지 않았나. 더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다 지금 성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영화계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해야 할 임무 같은 것들이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꿈 같은 무대인데 이제는 심사하는 위치까지 올랐다.
“무겁긴 하지만 즐길 것이다. 나고 자란곳이 부산이다. 대학교 1학년때 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경험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는 연극파트라서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영화를 하면서 영화제를 참석하게 됐다. 첫 레드카펫이 너무 생생한데. 무명배우니까 내리자마자 사진찍던 기자분들이 누구야 하고 수근대는게 들렸다. 69회 칸 영화제때 갔었는데 부산이 당시 20회였을거다. 부산은 이제 청년의 시기를 겪고 있고 그렇게 잘 가고 있는 거 같다. 대한민국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발벗고 같이 해야겠다. 세계인의 축제가 아닌가.”
─OTT·극장 공존시대 가능할까.
“애프터코로나 10년후 관련한 다큐에서 내레이션을 했었는데 거기서 ‘이제 코로나 이전 시대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OTT로 넘어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고 코로나때문에 시기가 앞당겨진 것일 뿐이다. 당황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질병을 이겨내고 종식 시키는 가가 더 중요할 것 같다. 예술이 인류의 원형적 모습이고 한 번도 변한적 없던 것이기 때문에 나의 몫은 관객들과 소통하고 감동 위로를 줘야 하는 것인 것 같다.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당황하지 말고 주어진 것을 잘 만들자는 생각이다.”

─8월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동행이 화제가 됐는데.
“사실 저는 봉오동 전투 영화 출연도 안 했다. 홍범도 장군에 대해서도 스치듯 알고 있을 뿐이었다. 홍범도 기념사업회에서 요청이 왔었고 저는 아주 좋은 영광스러운 일인 것 같다고 답했다. 누구라도 해야 할 것이었고, 카자흐스탄 나라에도 감사했고 당시의 고려인분들에게도 고마웠다. 고려인, 조선족 그들의 역사 삶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홍범도 장군님 지도자 우리 아버지 잘 모시고 가주십시오’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실 때 이제 찾아와서 죄송하다는 마음이 들더라. 분명한 건 대한민국은 이제 제대로 된 나라다. 국가로서 존립하고 국민이라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다. 100년이 지나서 나라에 헌신하고 목숨 바쳤던 분을 봉헌하고 기리고 참배하니, 우리나라에 또다시 그런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나라는 나를 기억해줄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홍범도 장군이 항상 본인은 유명하니 무명의 장수들과 같이 좀 묻어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장군님은 이미 무명의 용사를 치하하고 있었던 거고. 우리가 지켜낸 대한민국은 꼭 너희를 기억할 것이라는 강한 자부심이 있었던 거다.”

─늘 긍정적이고 파이팅 넘치는 모습인데.
“술 못 마실 때 말고는 우울할 게 없다. 할거하고 당당하다면 긍정적일 수밖에 없지 않나. 지금 이 자리도 너무 좋다. 빨리 사람들 만나고. 관객들을 만나고, 이 기분 그대로 고스란히 올라가서 파이팅 있게 또 이렇게 기자님들 만날 수 있는 작품 하고. 팬데믹 이전에는 응당 알고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좀 더 할 걸, 그 무대인사때 노래라도 할걸 춤이라도 출 걸 했다. 정말 소중한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개막식 관객들이 천군만마처럼 든든하더라. 매일 개막만 했으면 좋겠다.”
─요즘 세계가 한국 콘텐츠에 주목하는데.
“이제 알아보는 거야?(웃음) 기생충이 세계 영화 역사에 업적을 세웠지 않으냐. 그것에 대한 쾌감이 있었다. 영화 시상식을 보며 쾌재를 부르고 펄쩍펄쩍 뛰었던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전쟁에서 승전보를 접한 듯한. 또 하나는 우리도 할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대한민국이 가진 콘텐츠의 힘이 남달라 지지 않았나. 대한민국에서 영화 하는 사람인데 하는 자부심이 생겨난 것 같아서 너무 좋다.”
─1984 최동원 내레이션 했는데 소감.
“롯데 자이언츠 팬이고. 자이언츠 팬이기 때문에. 최동원은 대한민국 야구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행보보다 그가 가진 스포츠맨십이 더 멋지다. 페어에 대한 정의를 갖고 있었고, 근성과 신념이 있었다. 그걸 본 어린이들, 그걸 가슴속에 안고 있는 저. 공정하다는 것에 대한 관념에 대해 알려주는 것 야구인 것 같다. 안일한 플레이 보면 내가 현장에서 저렇게 하고 있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한다. 그게 내 모습일 수도 있겠다. 정신 바짝 차리자. 경고를 보내는 것 같다. 야구 경기는 나에게 큰 의미다.”
─마무리 인사.
“너무 감사드린다. 올해의 배우 심사위원 영광스럽다. 레드카펫 세레모니의 감동이 가시질 않는다. 영화를 보기 전에 좀 차분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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