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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탄소감축 40%로”… 해외 감축분 끼워넣기 ‘꼼수’

입력 : 2021-10-08 18:10:00 수정 : 2021-10-08 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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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총배출량·2030년 순배출량
기준 달라 실제 감축률은 31% 불과
“수치 눈속임… 실현 불가능한 목표”
산업계 “생산 차질 등 경쟁력 후퇴”
7일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해 있는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6.3%에서 40%로 높이는 상향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40% 감축목표에 대해 “매우 도전적이고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를 반영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배출량은 2018년 대비 31%를 감축하는 것에 불과해 ‘꼼수’란 지적이 나온다.

 

8일 정부와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NDC 상향안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8년 ‘총배출량’ 대비 2030년 ‘순배출량’을 40% 감축할 계획이다. 2018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2760만t이었다. 2030년엔 이를 40% 감축한 4억3660만t만 배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교 기준연도인 2018년의 총배출량은 대기로 배출된 온실가스 절대량을 말하며, 2030년 목표에서 언급한 순배출량은 총배출량에서 산림·갯벌 등 흡수원을 통해 흡수되거나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로 저장된 온실가스 양은 뺀 것을 말한다. ‘총배출량=순배출량+흡수량’인 것이다.

 

2030년에 실제 발생하게 될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져보면 감축분이 40%에 못 미치게 된다. 2018년 총배출량과 2030년 총배출량(5억870t)을 비교해보면 30.1%를 감축하는 것으로 산출된다. 2018년 순배출량(6억8630만t)과 2030년 국내 순배출량(4억7170만t)을 비교하면 감축률은 31.3% 수준이다.

 

게다가 2030년 배출량에는 2018년 감축분에는 없던 ‘국외 감축분’ 3510만t이 포함됐다. 이는 국내 수송이나 건물 부문 감축량에 맞먹는 규모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기준연도를 총배출량으로 잡았다고 해서 목표연도를 순배출량으로 잡으면 안 된다는 국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나라마다 사정에 맞게 총배출량-순배출량, 순배출량-순배출량 등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아태 환경장관 포럼 영상축사 캡처

이에 대해 한국의 경제 규모와 국가 위상을 고려할 때 이런 산식은 ‘꼼수’란 지적이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장다울 정책전문위원은 “감축률을 크게 보이게 하는 꼼수”라며 “국내 노력은 덜하면서 감축 효과가 불확실한 해외 감축분을 많이 포함한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유럽이나 미국은 기준연도와 목표연도를 모두 ‘순배출량’으로 통일하고, 국내(역내) 감축으로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럽연합(EU)은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55% 줄인다’고 설정했는데 역내 감축만을 의미한다.

 

산업계는 정부의 NDC 상향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와 기업들의 기술 수준,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면 달성할 수 없는, 실현 불가능한 일방적 목표라는 것이다.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업종을 대표하는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NDC를 35% 이상으로 설정하면 철강산업의 생산량 감소가 우려된다”며 “조선, 자동차 등 연관 산업의 생산 차질,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과도한 NDC 상향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할 뿐 아니라 연계 산업 위축,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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