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바람 잘 날이 없다. 한 달 전 미국의 미사일 구축함 벤포드호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제도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 이에 중국군은 즉각 5시간가량 실탄 사격훈련을 벌이며 맞불을 질렀다. 보름 후 이곳에는 미국·영국·호주 3국의 군함 7척이 집결했다. 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칼빈슨호와 영 항모 퀸엘리자베스호가 함재기 200여대를 띄우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도 두 번째 항모 산둥함을 보내 응수했다.
이번에는 바다 밑이다. 바다의 암살자라 불리는 미 핵추진 공격 잠수함 코네티컷호가 이달 초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괴물체와 충돌해 승조원 11명이 다쳤다. 미 워싱턴주에 모항을 둔 코네티컷호는 5월 말부터 태평양으로 출항해 주일 미군기지도 기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대립과 긴장이 격화된 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와 무관치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을 결행하면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이후 미 항모 등 전략자산이 시도 때도 없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출몰하며 대중 포위망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도 남중국해 등에서 최근 3개월 사이 최소 120차례 군사훈련을 벌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외국세력이 우리를 괴롭히거나 노예화하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남중국해는 세계 원유수송량의 3분의 2가 지나는 해상교통 및 군사 요충이자 원유 2000억배럴이 묻혀 있는 자원의 보고다. 이러니 미·중 간 패권싸움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며 대만·베트남 등 인근 6개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공해에서는 주권이 행사될 수 없다며 모든 선박의 자유항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논리다. 미 외교가 대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미·중) 갈등이 무제한으로 번지면 1차 세계대전보다 참혹한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은 역지사지로 긴장을 완화하고 국제사회도 평화를 위한 중재에 나서길 바란다. 한국외교도 신냉전의 파고를 헤쳐나갈 국가전략을 짜고 대비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