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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심장·피부… 모든 것이 바뀐다 미래차, 種의 진화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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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09 21:00:00 수정 : 2023-12-10 1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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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OUT! 전기배터리 시대
주요국 10~20년 뒤 내연기관車 퇴출
韓도 ‘2035~2040년 판매 중단’ 목소리
제네시스 “2025년부터 전기차만 출시”
벤츠·재규어 등도 전 차종 전동화 목표

AI가 준 자유… 사라진 운전대
자율주행 시장 ‘급성장’ 2035년 1333조
혼다, 사람 개입 최소화 ‘레벨3’ 車 출시
현대차 “레벨4 로보택시 2023년 상용화”
구글 등 기술 완성 단계… 관건은 가격

동물가죽 외면… 소재도 친환경
폐페트병 추출물·식물성 성분 등 사용
볼보 “2030년 내장재에 동물가죽 퇴출”
벤츠 대형 세단에 해양 폐기 플라스틱
BMW, 접착제 안 쓰고 조립 차량 선봬

시동을 ‘거는’ 차에서 전원을 ‘켜는’ 차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엔진 자리에는 모터가, 석유 대신 배터리가 당연시되는 시대다. 소비자가 신차를 고를 때는 반자율주행 기능 여부를 따지고, 내부 인테리어도 고급 가죽 대신 재활용 소재를 쓴 차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다.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가 이제는 이름만 남기고 새로운 ‘모빌리티’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내연기관 저물고 전동화의 시대 켜져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전환 선언을 내놓고 있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고급차 브랜드 중 전동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2025년부터 판매할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또 2030년까지 8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하는 전기차 전환 로드맵도 갖췄다. 현대차그룹은 2040년부터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볼보는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우선 2025년까지 전 세계 판매의 절반은 전기차, 나머지는 하이브리드차로 구성하겠다고 했다. 헨릭 그린 볼보 최고기술책임자는 “내연기관을 장착한 차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내연기관 종주국인 영국과 독일의 변화도 빠르다. 영국 재규어랜드로버는 2025년부터 재규어의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판매하겠다고 밝혔고,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까지 전체 차종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전 세그먼트에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2025년까지 3종의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도 개발해 공개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그룹도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30% 늘리고, 2029년까지 전기차 75종을 출시해 전기차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자동차 업계가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정부의 환경 규제도 한몫한다. 영국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단하고, 2035년에는 하이브리드차까지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다. 노르웨이는 2025년,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중단한다. 국내에서도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35∼2040년쯤 국내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제안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동화 전환의 시계는 더 빨라지고 있다”며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탑재한 차가 운전하는 시대

 

운전대가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았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운전자 없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 시장은 연평균 40%씩 성장해 2035년 1조1204억달러(약 1333조)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주요 로보택시(무인택시) 기업이 밝힌 도입 시기는 2023년으로, 이때부터 자율주행 ‘레벨4’ 수준 차량의 상용 서비스가 일반화될 전망이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자율주행 레벨(수준)은 0∼5단계로 구분된다. ‘레벨2’까지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레벨3’는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레벨4’부터는 차량이 모든 주행을 담당한다.

 

현재 가장 진보한 자율주행 상용차라는 평가를 받는 테슬라는 2019년부터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는 ‘레벨2’ 수준으로 신호등과 제한속도 등을 인지하지만 운전자의 통제가 여전히 필요하다.

 

현대차는 미국 모빌리티 전문기업 앱티브와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개발한 로보택시를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에 공급해 2023년까지 미국에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차의 기술 수준은 ‘레벨4’다. 내년 출시될 제네시스 G90에는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 파일럿(HDP)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다.

 

GM은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자회사인 캐딜락·쉐보레·GMC 등 주요 차종에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적용하고, 2023년 이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자체 무인택시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 혼다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승용차 레전드를 출시했다. 이 차는 시속 50㎞ 이하 정체 구간에서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내비게이션을 조작할 수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이 구현된다.

 

구글, 애플 등 IT(정보기술) 공룡들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구글은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를 통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웨이모는 25억달러(약 2조9772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의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인텔은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을 위해 자회사 ‘모빌아이’에 4억달러(약 4764억원)를 투자했다.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의 자율주행 기술은 사실상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며 “남은 과제는 이를 얼마나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경쟁력을 갖추고, 기술을 안정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가죽 대신 재활용 소재로 채워지는 실내

 

고급차에 빠지지 않았던 ‘가죽’도 사라지고 있다. 지속가능성과 환경이 중요시되면서 차량 소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볼보는 2030년까지 차의 내장재에 동물 가죽 사용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를 위해 페트병 등 재활용 물질에서 추출한 섬유나 와인 코르크 마개 등을 재활용한 바이오 기반 물질로 2025년까지 내장재의 25%를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로빈 페이지 볼보 디자인 책임은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바뀌고 구매 물품이나 패션 습관에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재료의 원천에 더 관심을 두고 기후변화와 영향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전기차를 중심으로 소재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아이오닉 5는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내장 곳곳에 도입해 주목받았다. 도어 트림과 스위치 등에 유채꽃,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 성분이 들어간 페인트를 적용했다. 기아의 EV6도 차량 곳곳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나 친환경 소재를 적용했다. 제네시스는 이달 출시할 전기차 GV60에 친환경 소재를 대거 적용했다. 자연물에서 추출한 식물성 성분으로 제작된 친환경 가죽을 차량 내부에 활용하고 페트병과 폐기물 등을 가공해 만든 원사가 들어간 직물이 시트 커버와 도어 센터 트림 등에 사용됐다.

 

BMW그룹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1’에서 100% 재활용 가능 소재를 사용해 만든 순수 전기 콘셉트차 BMW i 비전 서큘러를 공개했다. 이 차는 재활용 제품 사용률은 물론 소재를 붙일 때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조립해 주목받았다. 고급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벤츠도 달라지고 있다. 대형 전기 세단 ‘EQS’는 루프 라이너에 해양폐기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고급차에서도 재활용 소재 활용이 확대되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동화와 함께 차량 소재의 친환경화나 지속가능성도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며 “천연가죽으로 뒤덮인 요즘 고급차는 머지않아 유물처럼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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