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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 연구는 계속된다

입력 : 2021-10-09 01:00:00 수정 : 2021-10-08 18:57:09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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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부터 21C 이르기까지
뇌 과학의 방대한 역사 ‘한눈에’

과거 모든 감각 심장중심으로 이해
17C 들어 생각의 근원 ‘뇌’로 인식
뇌 이해뿐 아니라 마음 탐구 향한
끈질긴 실험·통찰 흥미롭게 풀어내
책 ‘뇌 과학의 모든 역사’는 인류가 세상에 알려진 물체 중 가장 복잡한 존재인 뇌의 비밀을 파헤쳐온 역사를 한 권에 담아냈다. 그럼에도 저자는 여전히 우리가 뇌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깝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

뇌 과학의 모든 역사/매튜 코브/이한나 옮김/심심/3만3000원

 

2009년 MIT의 어느 연구팀은 생쥐 편도체에서 학습과제를 수행하는 중 높은 수준의 단백질을 발현시켰던 세포들을 선택적으로 제거했다. 그러자 생쥐는 자신이 학습한 것을 잊어버렸다. 기억이 삭제된 것이다. 이후 광유전학은 더욱 발달해 연구자들은 생쥐의 기억을 더욱 깊이 조작할 수도 있게 됐다. 쥐의 뇌에 거짓 기억을 심거나 완전히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에 나올 법한 일 같지만, 뇌 연구 역사는 이미 일반의 상상을 넘어선 수준에 도달했다. 과학자들은 생물의 가장 깊은 비밀을 간직한 뇌를 향해 끊임없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구 발전속도는 눈부셨지만, 여전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게 정설이다. 책 ‘뇌 과학의 모든 역사’ 저자는 수백억 개의 세포로 구성된 마음이라는 신비로운 감각을 만들어내는 기이한 능력을 갖춘 인간의 뇌를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꿈처럼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맨체스터대 생명과학부 교수이자 동물학자인 저자 매튜 코브는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말로 ‘우리는 모른다’를 꼽는다. 그는 과학이 우리가 모르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며 결국 이루어내고야 말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선사시대에서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생각과 마음의 기원을 탐색하는 뇌 과학의 방대한 역사를 담았다. 당대 뛰어난 과학자들의 치열한 논쟁과 기발한 실험 등을 살펴봄으로써 이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뇌가 생각을 만들어내는 기관이라는 사실을 규명하고, 뇌의 기능을 증명했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류가 뇌를 이해하는 방식의 변천사를 이 한 권에 담았을 뿐 아니라 마음 탐구를 향한 과학자들의 끈질긴 실험과 빛나는 통찰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매튜 코브/이한나 옮김/심심/3만3000원

책은 ‘과거’, ‘현재’, ‘미래’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과거에서는 ‘생각이 심장에서 비롯된다’는 심장 중심 관점에서 시작해 17세기에서 20세기 과학의 점진적인 발전을 따라 생각의 근원을 ‘뇌’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관점의 변천사를 서술한다.

뇌에서 생각이 비롯된다는 관점의 확실한 증거가 나타난 것은 뇌 중심 관점이 거론된 지 400년이 지난 서기 129년 갈레노스의 해부학 실험을 통해서였다. 갈레노스의 해부학 연구 결과들은 신체의 모든 신경이 심장이 아닌 뇌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그럼에도 위대한 사상가들의 권위와 일상 속 경험이 지니는 힘이 너무도 강했던 탓에 뇌 중심 관점은 16세기까지도 기존의 심장 중심 관념을 대체하지 못했다.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가 1543년에 출간한 ‘사람 몸의 구조’에 실린 인간 뇌 해부도. 심심 제공

17세기에는 괄목할 만한 실험이나 연구는 없었지만, 데카르트의 ‘동물 기계’ 개념 등 뇌 중심 관점을 지지하는 사상과 지식들이 착실히 쌓여갔다. 이후 현미경과 비교해부학의 발달로 뇌의 해부학적 구조가 상세히 밝혀지기 시작했다. 18세기에 들어서 전기의 발견과 함께 동물과 인체를 대상으로 한 비윤리적인 전기 실험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 19세기에는 뇌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가 신경중추를 억제하는 것임이 밝혀졌다. 이 시기 가장 위대한 과학적 업적 중 하나는 모든 유기체가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힌 세포이론의 수립이다. 이를 토대로 한 신경해부학자 카할과 폰 쾰리커의 연구는 신경세포들이 개별 독립체라고 주장하며 ‘뉴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부 현재에서는 지난 70여년 동안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관한 지식이 어떻게 진일보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다룬다. 특히 기억, 신경 회로, 뇌에 대한 컴퓨터 모델, 뇌의 화학작용, 뇌 영상기법, 의식의 본질을 향한 관심 등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엄청난 발견들이 쌓아올린 뇌에 관한 지식을 만나볼 수 있다.

3부 미래에서는 신경과학, 뇌의 생물학적 연구, 커넥톰, 뇌 영상 연구 등 지금까지 이어진 뇌에 관한 연구들이 가진 한계와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살펴본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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