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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힘든 직장인 없다”… 스타벅스 직원들 트럭 시위에 비판 여론 왜? [이슈+]

입력 : 2021-10-08 16:36:28 수정 : 2021-10-08 17: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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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집단행동, 1999년 한국 영업 시작 후 처음
“과도한 마케팅 지양,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해야”
“처우가 불만이면 다른 데 가라” 등 비판 여론도
전문가 “무조건 비판 자제·정확한 사실 파악해야”
지난 7일 스타벅스 직원들의 요구사항이 적힌 트럭이 서울 서대문구 스타벅스 이대R점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스타벅스코리아 매장 직원들(파트너)이 회사 측에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트럭 시위를 벌이자 온라인상에서 일부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시위 예고 후 스타벅스의 과도한 마케팅 행사에 혹사당하는 직원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았으나, 매장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 수준이 공개된 후 집단행동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8일 스타벅스 직원들이 보낸 트럭 2대가 전날에 이어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전광판을 달고 강남과 강북을 각각 순회했다. 트럭에는 ‘스타벅스 파트너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닙니다’, ‘5평도 안 되는 직원 휴게공간, 스타벅스 파트너들은 매일 대걸레 옆에서 밥을 먹습니다’, ‘10년차 바리스타와 1개월차 바리스타가 똑같은 시급을 받는 임금제도를 개선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노조가 없는 스타벅스 직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1999년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트럭 시위는 이날까지 이틀간만 진행됐다.

 

매장 직원들은 개선되지 않는 인력난에 더해 회사 측의 잇단 홍보성 이벤트로 업무가 가중돼 ‘갈려서’ 일한다고 주장했다. 스타벅스 직원 A씨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리유저블컵(다회용컵) 행사’ 때 “물 마실 시간도 없이 계속해서 밀려드는 주문과 손님 때문에 휴식시간 5분 만에 다시 나온 파트너도 있었다”고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평상시에도 일할 사람이 부족해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보인다’, ‘이벤트가 너무 많아 불필요한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 등 직원들의 고충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스타벅스 직원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한 초기에는 온라인상에서 응원 글이 이어졌다. 이번 트럭 시위를 촉발한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 때 매장에 몰린 고객들과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직원들을 봤기 때문이다. 당시 여러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주문한 음료를 받고, 사이렌 오더(모바일 주문·결제) 폭주로 애플리케이션(앱) 접속 장애가 생기는 등 혼란이 일었다.

 

하지만 트럭 시위가 가까워지고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이들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여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로 ‘하루 5시간 주 5일 일하고 130만원이면 충분히 많다’, ‘강제로 일하는 것도 아닌데 처우가 불만이면 다른 데 가면 된다’, ‘힘들지 않은 직장인 없다’, ‘스타벅스에 자리 나면 입사하고 싶다’ 등 처우 문제에 공감해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스타벅스 채용 공고를 보면 바리스타는 주 5일 하루 5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시간당 9200원의 시급을 받는다. 올해 최저임금보다 480원 더 많은 수준이다. 여기에 주휴수당과 식대보조, 명절 상여 등이 별도로 지급된다. 신입 바리스타가 받는 월급은 수당 등을 포함해 110∼13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다른 카페 프랜차이즈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다고 알려졌지만, 연간 수차례 진행하는 스타벅스 굿즈 이벤트 때마다 강도 높은 노동을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보상이 결코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 점장은 “과도한 업무에 비해 파트너들의 월급이 낮다고 생각한다”면서 “1년 차 점장과 10년 차 점장의 임금 차이도 15만원 내외로 얼마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 계속되는 비판 글에 전날 트럭 시위 주최 측은 “급여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적은 새로운 인력 유입을 위해 전반적인 직업적 매력도를 높여달라는 것”이라며 “유능하고 숙달된 파트너들을 붙잡을 만한 직장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도로에 스타벅스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트럭이 정차해있다. 연합뉴스

주최 측의 반박 글을 본 누리꾼들도 “스타벅스 직원들을 응원한다”며 “노동자는 회사에 개선을 바라는 합당한 요구를 할 수 있고 (조직) 구성원으로서 잘못된 것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트럭 시위를 옹호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스타벅스가) 판촉 행사를 너무 많이 하는 데 반해 인력 문제에 대한 대책이 없으니까 노동강도를 높여서 대응하고 있다는 게 시위의 배경”이라며 “이런 문제를 개인이 (회사에) 제기해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조합이 결성돼 있지 않은데 집단행동을 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헌법적인 보호를 받기 어렵고 불이익을 받는 사례도 매우 많다”면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노동자들이 어렵게 집단행동을 할 때는 단편적인 외양만 보고 평가하지 말고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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