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진행까지 잘하는 봉준호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와 특별한 만남

입력 : 2021-10-08 15:42:40 수정 : 2021-10-08 15:42:38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봉준호 감독(왼쪽)이 7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스페셜 토크에서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답변을 듣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봉준호는 진행도 잘했다.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특별대담을 위해 7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봉 감독은 2시간가량 행사에서 매끄러운 소통 능력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봉 감독은 이날 하마구치 감독의 오랜 팬이라며 “동료로서 그의 직업적인 비밀을 캐내고 싶어서 많은 질문을 준비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 두 작품을 포함해 더 폭넓게 하마구치 창작자의 깊은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감독들은 자동차씬에 대한 부담이 있는데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자동차씬을 찍은 건지 궁금하다”며 “기생충은 멈춰있는 차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질문만으로도 날아올라 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평범하게 차를 주행한 상태에서 찍었다”고 화답했다. 이어 “자동차 트렁크 공간이 있어서 거기에 있었다. 배우들과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고 싶어서”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봉 감독은 “나처럼 덩치 큰 감독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냈다.

 

자동차 속 대화를 언급하던 중 봉 감독은 아버지와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대화를 참 안 하시는 분이다. 사람 눈을 잘 보지 못하셨다. 그런데 운전석에 앉으시면 말을 잘하셨다”면서 “마주 보지 않는 대화, 몽롱하고 어지러운 차 속에서 대화가 가진 특별함이 있다. (하마구치 감독도) 차 속에서 대화에 의미를 두시는 건지”라고 물었다.

 

하마구치 감독은 “대본을 쓸때 대사를 쓰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움직임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이 된다. 그래서 대사를 쓸 때 찻집에 앉아서 하는 것보다는 차에 탄 상태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라며 “차 안에서만 할 수 있는 대화라는 특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자신은 평소 운전을 하지 않아서 차로 이동할 때는 조수석에 앉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운전하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배려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대화를 시작했는데 대화를 하다 보면 핵심에 닿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실생활에서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로 이동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시간이라는 것이 뭔가 공중에 붕 뜬 것 같은 말랑말랑한 시간이고 언젠가는 끝나는 특별한 시간이라서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고 답했다.

 

두 감독은 일본 영화감독 구로사와 기요시에 대한 존경과 팬심도 공유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최근 구로사와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 각본에도 참여했다. 2년간 대학원에서 구로사와 감독에게서 배운 적이 있다며 그를 ‘스승’이라 지칭한 하마구치 감독은 “어딘가에서 구로사와의 흉내를 내지 않으려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를 따라 하려 하면 잘 안 된다는 경험을 했다”면서 “그분은 저에게 있어 넘을 수 없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큐어’라는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고, 살인의 추억을 준비할 때는 만들 당시에 영구 미제 사건이었기 때문에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범인을 만날 수 없어 큐어에 나오는 살인마 캐릭터를 상상했다”면서 “실제 세계에서 만날 수 없었던 캐릭터를 구로사와 감독의 작품의 캐릭터 마미야로 해소했다”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이 7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스페셜 토크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이들은 감독으로서 디렉팅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하마구치 감독은 “기본적으로는 세밀한 디렉팅을 하지 않는다. 대본 리딩은 반복적으로 굉장히 많이 하는데. 연기자들에게 대사에 익숙해지라는 의미. 이후에는 자유롭게 하도록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캐스팅할 때) 연기 잘하는 분을 모셔오려고 애쓴다. 연기를 잘한다는 정의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면서 “사실 모순된 마음을 가진 것 같다. 내가 상상한 뉘앙스를 정확하게 해줬으면 하는 마음과 내가 예상치 못한 거를 보여줘서 나를 놀래켜 줬으면 하는 욕심이다”라며 웃었다. 이어 “총체적으로 돌이켜보면 배우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다. 원했던 것을 해냈음에도 나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무언가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앉아있으니…메이킹 필름 볼 때 부끄러움이 들 때가 많이 있다”고 고백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
  • 박규영 ‘반가운 손인사’
  • 임윤아 '심쿵'
  • 김민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