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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마디에?… 산수와 꼼수로 '40% NDC 끼워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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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08 09:23:56 수정 : 2021-10-08 09: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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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NDC 26.3%→40% 상향안 발표
2018년 총배출량-2030년 순배출량 기준
국외 감축량도 3510만t에 달해
미·EU 기준으로 계산시 감축률 31% 불과
“감축률 커 보이는 꼼수 동원” 지적
AFP연합뉴스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6.3%에서 40%로 올리는 상향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대대적인 목표 상향’이라고 밝혔으나 유럽연합(EU)이나 미국을 기준으로 하면 사실상 31% 감축에 불과해 ‘눈속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정부와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NDC 상향안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총배출량 대비 2030년 순배출량을 40% 감축할 계획이다. 총배출량을 대기로 배출된 온실가스 총량을 말하고, 순배출량을 총배출량에서 산림·갯벌 등 흡수원을 통해 흡수되거나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로 저장된 온실가스를 뺀 양을 말한다. 따라서 총배출량이 순배출량보다 많다.

 

2018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7만2760만t이었는데 이를 40%를 감축해 2030년에는 순배출량을 4만3660만t으로 낮추겠다는 게 상향안의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NDC를 최소 40%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를 뜯어보면 ‘40% 감축’을 맞추기 위해 기준을 억지로 끼워 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기준 연도(2018년)의 총배출량과 목표 연도(2030년)의 순배출량으로 감축량을 계산하게 되면 감축폭이 크게 늘어나 보이게 된다. 총배출량이 순배출량보다 많기 때문에 2018년의 큰 값에서 2030년의 작은 값을 빼면 감축률이 커진다. 만일 2018년 총배출량과 2030년 총배출량을 기준으로 이번 상향안을 계산하면 30% 감축에 불과하다. 또, 2018년 순배출량과 2030년 순배출량(국외 감축분 포함)으로 계산해도 감축률은 36%에 머문다.

국외 감축량을 3510만t이나 잡은 것도 ‘꼼수’로 읽히는 부분이다. 국외 감축은 해외 조림사업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진행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국내 감축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감축 효과를 정확히 검증하기 어려워 온실가스 감축을 이야기할 때는 국내 감축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는 “국내외 감축 수단을 모두 활용하되 국내 수단을 우선 적용했다”고 밝혔으나 국외 감축량은 국내 수송이나 건물 부문 감축량에 맞먹을 정도다.

 

2018년 순배출량과 2030년 국내 순배출량으로 NDC 감축률을 계산하면 31%다.

 

이에 대해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기준 연도를 총배출량으로 잡았다고 해서 목표 연도를 순배출량으로 잡으면 안된다는 국제적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나라마다 사정에 맞게 총배출량-순배출량, 순배출량-순배출량 등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규모와 국가위상을 고려하면 정부가 염두에 둔 계산방식은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장다울 정책전문위원은 “2018년 총배출량과 2030년 순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면 감축률이 커져보이는 꼼수가 가능해진다”며 “국내에서 노력을 덜하면서 감축효과를 보장하기에 불확실한 해외 감축분을 많이 포함시킨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브라질처럼 벌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에서 나무를 심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감축’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유럽이나 미국은 기준 연도와 목표 연도를 모두 ‘순배출량’으로 통일하고 국내(역내) 감축으로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럽연합(EU)은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55% 줄인다’고 잘 알려져있는데 이때 55%는 역내 감축을 의미한다. EU가 지난해 말 유엔에 제출한 NDC를 보면 ‘EU의 2030년 최소 55% 감축 목표는 국내 조치를 통해서만 달성될 것’이라는 점이 명시돼있다. 예를 들어 EU 국가가 개발도상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벌여 인정받은 감축 실적은 ‘55% 감축’에 집어넣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도 지난 4월 제출한 NDC에서 “배출 경로는 국내 감축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히는 한편, 기준 연도인 2005년 순배출량 대비 2030년에 50∼52%를 줄이겠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NDC 달성은 2030년 순배출량과 2005년 순배출량을 비교하여 평가된다”는 주석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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