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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일 만에 수화기 들었지만…‘중대과제 해결’ 조건 단 北

입력 : 2021-10-04 18:02:36 수정 : 2021-10-04 20: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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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도 “군사적 긴장완화 이어지길”
靑은 특별한 입장 없이 상황 관망
美 “남북간 협력 강력히 지지”
전문가 “적대정책 철회 답보 우려”
일각선 “빠르게 관계회복 가능성”
사진=통일부 제공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끊었던 남북통신연락선(통신선)을 4일 복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복원 의사를 밝힌 뒤 닷새 만으로, 통신선이 단절된 이후로는 55일 만이다. 남북 연락채널 재가동 등으로 향후 밀도 있는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 측을 향해 중대과제에 대한 선결적인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한 점으로 미뤄, 실질적인 대화진전까지 넘어야 할 장애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남측에 ‘연락선 재가동 의미를 새기라’고 한 점은 진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오늘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시통화가 이뤄지면서 통신선이 복원됐다”고 밝혔다. 이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 연락대표는 북측과의 통화에서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남북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화는 오전 9시1분부터 2분간 진행됐다. 남북은 관행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에 정기적으로 통화하지만 사안이 생기면 수시 통화하기로 했다.

국방부도 이날 오전 9시 동·서해지구 군통신선이 완전 복구돼 모든 기능이 정상화됐다고 알렸다.

 

국방부는 광케이블을 통한 남북 군사당국 간 유선통화 및 문서교환용 팩스 송수신과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이용한 서해 우발충돌 방지를 위한 불법조업 어선에 대한 정보 교환도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남측 해군 경비함이 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해 시도한 통신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앞으로 남북 함정 간 시험통신도 지속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남북통신연락선이 복원된 4일 군 관계자가 남북 군 통신선 시험통화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해당 기관들에서는 10월4일 (오전) 9시부터 모든 북남(남북)통신선들을 복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초에 통신선을 복원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청와대는 통신선 복원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별도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는다”며 “통일부와 국방부의 입장을 참고해 달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통신선 복원과 단절이 반복될 때마다 반응하는 것이 남북관계 진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남북관계 상황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더 크게 연동돼 있다는 판단 아래 성급한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직접 지시로 남북 소통 채널이 복원된 만큼 지난 7월 1차 복원 때보다는 좀 더 단단한 ‘연결고리’가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신선 단절·복원 반복…한·미 “긴장완화 기대”

 

앞서 북한은 정전협정일인 지난 7월27일 오전 10시를 기해 13개월 동안 단절됐던 통신선을 전격 복원했다. 당시까지 북한은 지난해 6월9일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단절한 상태였다. 하지만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이 시작된 지난 8월10일 오후부터 다시 남측의 통화 시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날 통신선 복원에 대해 통일부는 “정부는 통신선이 연결됨으로써 한반도 정세 안정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남북 간 통신선의 안정적 운영을 통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 남북합의 이행 등 남북관계 회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하고, 이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도 “군통신선은 남북 군사당국 간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으로서 필요 시 다양한 전통문 교환을 통해 우발적인 충돌 방지 등에 기여해 왔다”며 “이번 남북 군사당국 간 군통신선 복구조치가 앞으로 한반도의 실질적 군사적 긴장완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통신선 복원과 관련해 남북 협력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미국의 입장을 묻는 언론의 서면질의에 “우리는 남북 간 협력을 강력히 지지하며, 그것이 한반도에서 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반응은 지난달 말 김 위원장이 통신선 복원을 예고하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불변했다”는 입장을 내놨을 때와 똑같다. 당시 국무부는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고,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할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의 새 행정부에 대해서는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이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회의적 측면 여전하지만, 대화 급진전 가능성”

 

전문가들은 통신선 복원과 함께 북한의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라는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복원 소식을 전하면서 “남조선 당국은 북남통신선의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고 북남관계를 수습하며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는 데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과제’란 최근 김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이 반복적으로 강조한 ‘대북 적대시 정책’ 및 ‘이중기준’ 철회 등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북한이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들’을 거듭 언급하며 남측의 전향적인 입장을 요구했다”며 “(이는) 향후 북·미대화 재개, 제재완화 등의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자신들의 군사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통신선 복원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협력의 기술적 토대가 마련되고, 특히 우발적인 군사적 무력충돌을 방지할 기술적 채널이 확보됐다”고 통신선 복원에 의미부여를 했다. 통신선의 재가동은 휴전상태인 한반도에서 긴급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안전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양 교수는 향후 전망에 대해선 “과거경험적 사례에 비춰 통신선이 유지된 상태에서 기싸움 등 답보국면이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문제해결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빠른 진전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은 북한 주민에게도 공개가 되는 구조이므로 사실상 방향을 틀기 어렵기 때문에 통신선 복원을 시작으로 (남북관계가) 빠른 속도로 나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전망했다.


김선영·구윤모·이도형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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