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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21-10-04 16:38:47 수정 : 2021-10-04 16: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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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불공정하다는 불신 크고
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기대 적어

국민 ‘법 감정’, 시대 변화 반영한
법 개정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많아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자, 사회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지켜야 하는 기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질서가 유지되며, 불합리한 일과 범죄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도 받을 수 있는데요.

 

특히 세상이 복잡해지고 다양한 의견충돌과 갈등, 분쟁이 일상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법에 국민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법의 집행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보는 시각이 매우 적은데요.

 

오히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만 관대하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법에 대한 이같은 불신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과 사람을 향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법에 대한 불신은 준법정신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79.8% “법은 까다롭고 복잡하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법’과 ‘법 개정’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어느 때보다 법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이지만, 현재 한국사회는 법에 대한 신뢰가 많이 낮으며, 법 집행이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사회의 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평소 법에 대한 관심이 있는 편이라고 말하는 응답자가 2018년 41.1%에서 2021년 53.2%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전체 절반 이상이 일상생활에서 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여성(46.4%)보다는 남성(60%)이 법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보였다. 

 

연령에 따른 관심도(20대 52.8%, 30대 53.2%, 40대 50.8% 50대 56%)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법은 까다롭고 복잡하며(79.8%), 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은 것 같다(77.6%)고 느낄 정도로 법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다는 점에서, 이렇게 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은 주목해볼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법이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일들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법에 대한 관심 증가한 배경…법에 대한 불신 존재

 

기본적으로 법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인식도 매우 강해 보였다. 전체 10명 중 8명 가량(78.3%)이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법을 꼭 알아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것으로, 역시 2018년 조사에 비해 법을 잘 알아야만 한다는 인식(18년 69.7%→21년 78.3%)도 강해졌다.

 

아무래도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거나, 법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봄직하다.

 

30대의 동의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뿐 모든 연령대에서 높은 공감대(20대 82.4%, 30대 70.8%, 40대 78.8%, 50대 81.2%)를 보였다.

 

반면 법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별로 관련이 없는 영역이라고 보는 시각(8.2%)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렇게 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법을 잘 알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커진 배경에는 법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령 법이 범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47.1%)은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특히 30대가 법이 범죄로부터 보호해준다는 생각(20대 47.2%, 30대 42%, 40대 49.2%, 50대 50%)을 가장 적게 하는 모습이었다.

 

‘내 권리’를 침해 당했을 때 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36.8%), 법이 보호해줄 것이라는(32.8%) 믿음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위험에 빠지거나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35.2%)고 확신하는 사람들도 적었다.

 

비록 2018년에 비해 법적 보호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법에 대한 신뢰도는 낮은 수준이었다.

 

상대적으로 20대의 기대감이 다른 연령에 비해 높은 특징도 엿볼 수 있었다. 법을 다루는 기관 및 대상에 대한 신뢰도도 매우 낮게 평가되었다. ‘법원’(24.3% “신뢰하는 편”, 동의율)과 검찰(19.1%), 경찰(19.2%) 등의 기관은 물론 판∙검사(21.8%)와 변호사(22.8%)를 신뢰하는 편이라고 말하는 응답자는 10명 중 2명 정도에 불과했다. 

 

◆법 불공정하게 집행된다고 느끼는 사람들 많아

 

우리나라는 법이 불공정하게 집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상당히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76%가 우리사회의 법은 강자에게 관대하고 약자에겐 가혹하다고 바라봤으며, 여전히 한국사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라는 주장에 공감하는 응답자도 10명 중 8명(81.8%)에 달한 것이다.

 

그만큼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고 돈과 권력, 지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인식이 현재 한국사회에 팽배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절반 이상(55.5%)은 법보다는 주먹이나 돈의 힘이 더 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렇게 법이 불공정하게 집행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권력자들의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대다수(81.1%)가 권력자들은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결국 그들이 가진 돈과 권력, 지위가 법망을 피해가게끔 돕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반면 권력자들은 준법의식이 강하다고 보는 시선(5.3%)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연히 법적 절차의 집행에 불만을 갖고, 불공정함을 느끼는 대중들이 많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전체 응답자의 80.9%가 요즘은 우리사회의 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가 혼란스럽다고 응답했으며, 요즘 법적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하는 응답자가 73.2%에 달했다.

 

전체 83.6%는 요즘 법의 판례 사례를 접할 때마다 화가 나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법의 적용과 판결에 있어서 국민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모두 함께 공감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불만은 좋지 않은 생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10명 중 6명 이상(62.7%)이 요즘은 법대로 살면 손해를 보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 준법정신 여전히 ‘낙제점’

 

한국사회의 준법정신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전체 응답자의 33.2%만이 우리사회에서 법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성별(남성 33.6%, 여성 32.8%)과 연령(20대 32.4%, 30대 30.4%, 40대 33.2%, 50대 36.8%)에 따른 큰 차이 없이 준법정신이 잘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은 비슷해 보였다.

 

그래도 2018년 조사에 비해 법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평가(18년 21.8%→21년 33.2%)가 조금이나마 높아진 것은 다행스러운 변화이다. 한국사회에서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법이 불공정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법이 약자보다는 강자의 편에 서는 경우가 많고(76.3%, 중복응답), 돈 있는 사람들이 돈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73%), 법이 권력의 영향을 받는다(47.7%)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이다. 법 자체가 워낙 엄격하지 않고 가볍다는 지적(42.4%)도 젊은 층을 중심(20대 63.3%, 30대 46.3%, 40대 38.2%, 50대 20%)으로 상당히 많이 나왔다.

 

이렇게 한국사회의 준법정신을 좋지 않게 평가하는 것과는 달리 스스로의 준법정신은 높게 평가하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94.6%가 자신은 법을 잘 지키는 편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또한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법은 지켜야 하고(18년 70.9%→21년 76.3%), 내가 법을 잘 지켜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18년 52.1%→21년 63.2%)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나, 개개인의 의식수준은 더욱 높아졌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특히 50대가 준법정신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다. 반면 필요하다면 법을 어기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은 2018년 53.9%에서 2021년 46.4%로 낮아졌다.

 

◆10명 중 9명 “국민 의견 수렴해 법 개정될 필요 있다”

 

사회전반적으로 법의 공정성에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그에 따라 준법정신의 약화가 우려되는 만큼 법의 집행 과정에서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됐다.

 

기본적으로는 법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집행되어야 하고(92.1%),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89%)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중장년층이 더욱 강하게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더 나아가 전체 응답자의 91.5%는 필요하다면 법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는 법의 경우 여러 사례와 의견을 종합하여 폐지하거나, 새롭게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령 ‘사형제’ 부활이 어렵다면 20년형 이상의 종신형에 가까운 형 집행이 필요하고(92%), 음주 상태에 의한 범죄 중 심신미약은 면죄 사유가 될 수 없으며(88.5%), 무지에 의해 어떤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할지라도 그것은 면죄 사유가 되지 않는다(73.7%)는 대다수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적 처벌 수준이 약하다는 것을 지적하며, 다른 외국의 사례처럼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10명 중 9명(90.5%)에 달했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법률 조항의 개정 논의가 필요한 궁극적인 이유에 대해 대체로 국민의 이익과 안전(44.5%, 중복응답), 사회적 약자의 보호(36.8%), 공평성 확보(30.7%), 강력 범죄 근절(27.6%), 공정성 추구(27.5%)를 꼽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만큼 법이 국민의 이익에 반하고, 사회적 약자는 보호하지 못하며,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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