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와우리] 日 총재선거에 드리운 ‘아베 그림자’

관련이슈 세계와 우리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1-09-30 23:13:11 수정 : 2021-09-30 23:13:1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새 총재 ‘위안부 합의 주역’ 기시다
보수·기득 세력 ‘파벌’에 고노 쓴잔
한·일 관계 당분간 개선 어려울 듯
日 변화 이끌어낼 한국 외교 ‘과제’

이변은 없었다. 지난 29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는 예상대로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신(新)총재로 선출됐고, 오는 4일 일본 100대 총리로 지명 선출된다. 기시다의 승리는 노다 세이코 간사장 대행의 출마로 4파전이 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국민적 인기가 높았던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이 1차 투표에서 과반수 획득을 목표로 한 것과 달리, 기시다는 국회의원 표의 비중이 높아지는 결선투표에서의 승리를 기대했다. 노다의 출마로 표가 분산되며 1차 투표에서 고노의 과반수 확보 가능성은 낮아졌고, 예상대로 상위 득표자인 기시다와 고노의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다만, 1차 투표에서 1위를 할 것으로 예상됐던 고노가 1표 차이로 결선투표에 2위로 오른 것은 예상외의 전개였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할 점은 1차 투표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 고노가 얻은 당원표가 절반(191표)도 되지 않는 169표에 그쳤고, 국회의원 표조차도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114표)보다 적은 86표를 얻어 국회의원 표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선거가 진행됨에 따라 표면상의 4파전 구도가 실제로는 ‘고노 vs 반(反)고노’의 구도였던 점을 고려할 때, 국민적 지지가 높은 이시바 전 간사장, 고이즈미 환경상과 연합하고, 현직 스가 총리의 지지를 받았던 것도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고노는 자신이 속해 있는 아소파에서조차도 전면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투표 결과는 사실상 고노의 완패였다.

반면 이번 선거를 통해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아베는 표면적으로는 다카이치를 지지했지만, 실제로는 반고노 구도를 형성하고, 표를 분산시켜 1차 투표에서 고노의 과반 획득을 저지하고자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구도 속에서 자민당은 개혁보다 안정을, 변화보다는 현상유지를 원하는 기득세력이 우세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결국 예측불가능한 고노가 아닌 안정적인 기시다를 선택한 것이다.

일본 총재선거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단연코 한·일관계이다. 전통적으로 기시다가 이끄는 고치카이(宏池會)는 온건한 자유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으며, 한국 및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시다는 ‘2015 위안부 합의’의 당사자로 자신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합의가 사실상 내용 없이 뼈대만 남은 것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더욱이 선거기간 보여준 한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와 연이어 있을 중의원·참의원 선거를 고려할 때, 기존까지 자민당이 취해 온 노선과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낮다.

더욱이 기시다가 자민당 총재, 그리고 일본 총리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인은 당내 파벌 논리였으며, 이 과정에서 당내 최대 파벌(호소다파, 96명)을 이끄는 아베와 두 번째 파벌(아소파, 53명)을 이끄는 아소 부총리가 힘을 실어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기시다 뒤에는 아베와 아소가 있다는 의미이고, 그 뒤에는 더 많은 자민당 보수·기득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 구도 속에서 당내 반발과 여론을 거스르며 ‘민감한’ 한·일 갈등 해결을 우선순위로 내세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일본의 새로운 내각이 들어서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암울한 전망이다.

그럼에도 기대해 볼 만한 점은 역설적으로 기시다 본인이 ‘위안부 합의’에 서명한 당사자라는 점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마음으로 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기시다 스스로 장점으로 강조하는 경청능력,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향, 다양한 의견 수용노력, 그리고 관료 중심의 참모진에 의한 안정적인 정책 추진의 가능성이다.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그것이 우리 외교에 주어진 과제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