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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와인의 신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1-10-02 19:00:00 수정 : 2021-10-01 19: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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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인 ‘디오니소스’와 이집트 신인 ‘오시리스’는 와인의 신이다. 사진은 오시리스. 그가 녹색을 띠는 이유는 농업의 신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와인의 종주국 하면 프랑스를 생각하지만, 와인은 동서양, 여기에 아프리카까지 아우르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기원전 8000년쯤, 조지아에서 시작한 이후에 이라크, 이집트, 페니키아(카르타고 및 레바논 등)를 거쳐 그리스, 로마로 왔고, 이후 갈리아 원정에서 로마 군인들이 프랑스 등에 남아 포도를 재배하며 와인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각각의 지역에 모두 와인의 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집트는 대지의 신 게브(Geb)의 아들로 태어난 ‘오시리스(Osiris)’가 이에 해당한다. 2016년도 영화 ‘갓 오브 이집트(Gods Of Egypt)’에서도 살짝 등장하는 이 신의 특징은 농업과 부활, 그리고 와인의 신이다. 포도를 재배하고 그 포도를 이용해 와인을 담근 최초의 인물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이집트뿐이 아닌 전 세계에 알리고자 여동생이자 아내인 이시스(Isis)에게 이집트의 통치를 맡기고 문명과 농업을 전파했다고 한다. 또 기후 및 토양이 안 맞는 지역에는 보리를 빚어 맥주를 만들게 했다. 그 결과 양식을 제공하는 자로 인정, 백성들이 그를 신으로 인정하고 숭배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는 오시리스를 중심으로 엽기적인 신화가 등장한다. 바로 남동생 세트(Set)에게 배신을 당하게 되는 것. 기름진 땅의 신이기도 했던 오시리스에 비해 동생 세트는 사막의 신이었다. 일단은 그는 형의 몸 치수를 잰 후에 그의 몸 사이즈와 딱 맞는 멋진 관을 하나 준비한다. 그리고 이 관에 잘 맞는 사람에게 이것을 준다면서 파티를 연다. 형인 오시리스가 관 안에 들어가 보니 정확하게 딱 맞았다. 이내 세트는 바로 관 뚜껑을 닫고 못질을 해 오시리스가 나오지 못하게 하고 나일강에 던져버린다. 결국 오시리스의 시체는 지금의 레바논인 비블로스까지 떠내려 왔고, 그의 시신을 부인인 이시스가 찾아낸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하지만 다시 세트에게 발견이 되고, 결과적으로 시신이 13조각으로 토막 나서 나일강에 버려진다. 이후 이시스와 여동생인 네프티스 등이 필사적으로 찾고 결국 오시리스를 다시 되살려 놓는다. 영화와는 조금 다르지만, 오시리스는 살아나 저승에서 다시 왕이 된다. 그래서 부활의 신이다. 농업과 부활을 관장해서 녹색을 띠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오시리스의 아들인 호루스가 아버지를 배신한 세트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결국은 세트를 물리친다는 것이 영화 및 이집트 신화 주요 스토리 중에 하나다.

유사한 스토리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그리스 와인의 신이자 제우스의 아들인 ‘디오니소스(Dionysus)’다. 인간인 세멜레의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광기, 축제, 야성, 다산의 신이기도 하다. 오시리스 스토리와 가장 유사한 것은 그 역시 소아시아를 떠돌며 포도 재배 및 와인 만들기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그래서 와인의 신이 됐고, 배신도 당해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에게 몇 번이고 죽을 뻔한 고비도 넘겼다. 또 저승까지 갔다가 억울한 죽임을 당한 어머니 세멜레를 데리고 오는 등 부활의 이미지와도 맞아떨어진다.

결국 이집트와 그리스 와인의 신은 신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며, 배신이 등장하고, 부활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의 사람들이 바라고 그리는 신의 상을 그대로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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