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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진행된 이주배경 청소년(9∼24세) 실태조사를 보면, 중국 출신 청소년이 타 국가 출신 청소년보다 자존감이 높고, 자아 정체성과 다문화 수용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계 청소년, 중국동포 청소년, 기타 외국계 청소년을 비교한 이 연구에서 한국에서 삶의 만족도는 기타 국가 출신 청소년이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중국동포, 중국계 청소년의 순서였다. 중국계 청소년은 한국에서 계속 거주 희망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비율(26.6%)이 기타 국가 출신 청소년(6.6%)에 비해 높았다. 중국계 청소년은 자신이 원해서 한국에 온 경우가 58.4%인데 자신은 원치 않았지만 부모가 원해서 온 경우가 25.9%였다는 점이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조형숙 서원대 교수·다문화 이중언어 교육학

2019년 나는 어느 장학재단의 지원을 받는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지역은 1970∼80년대 공단이 많았고 공단 노동자를 대상으로 야학 등이 활발하던 곳이었다. 공단 노동자는 차츰 떠나고 슬럼화돼가던 그곳에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온 시리아 난민가정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방문한 센터에는 저소득층 자녀와 난민가정의 아동이 여럿 등록한 상태였다. 한글을 갓 배우기 시작한 난민 자녀도 더러 보였다.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쯤 돼 보이는 이국적인 얼굴의 남자아이 한 명이 시리아 동생들을 챙기고 있었다.

“저 아이는 몇 해 전 온 시리아 아이인데요. 나이가 이제 열 두 살이에요. 시리아 이웃사람 중 아픈 사람이 생기면 병원에 가서 통역을 맡아요. 그런 날은 학교 수업을 빠지는 거죠. 저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고 시리아 언어와 한국어 모두 잘하니까 항상 바빠요.”

“참 의젓해 보이네요.”

“그럼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저 아이가 주민센터에 가서 통역하고, 동생들 돌보고 한글 공부 챙기고 그래요.” 센터의 한 교사가 귀띔을 해주었다.

이민가정의 아이들 중에는 한국 사회와 이민자집단을 이어주는 ‘언어 브로커’ 역할을 맡는 경우는 그리 드물지 않다.

미국사회에서는 아시아계 청소년이 학업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이고 백인과 남미계가 그 뒤를 따르며, 흑인과 인디언은 성취도가 가장 낮다. 이주배경 청소년의 교육 성취가 달라지는 원인을 탐구한 나이지리아계 미국학자인 오그부는 연구를 통해 자발적 이주인지 강제적 이주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보았다.

난민은 ‘고향에서 난리를 당한 사람’이 아니라 ‘난리를 피해 고향을 떠난 사람’이다. 그들은 난리를 피해야 한다는 정치적 감각과 판단력이 있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네트워크와 자산(항공료 등)이 있는 사람들이다. 대개 난민은 교육 수준이 높고 인지적 역량과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독일이 난민을 수용하는 데 우호적인 이유는 난민이 가진 이런 역량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시리아 난민, 예멘 난민에 이어 2021년 아프간 난민이 한국 사회에 정착한다. 아프간 난민은 ‘특별기여자’라는 점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단순 기능인력에 치우친 한국의 외국인 정책에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형숙 서원대 교수, 다문화 이중언어 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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