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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도미노’예요”… ‘반강제 5일 휴업’ 날벼락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1-09-16 19:02:12 수정 : 2021-09-16 19: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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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휴업기간 2일 증가 ‘불똥’

집단감염에 연휴 강제휴업 변경
자영업자, 공급처 사라져 발동동
“좀 더 빨리 알려줬다면…” 한숨만

대목 대비 물량 늘린 시장상인도
“빚지고 물건 샀는데 어떻게 파나”
지난 7월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음식점이 한산하다.연합뉴스

“완전히 ‘도미노’예요. 우린 그냥 죽으라는 거죠.”

서울 송파구에서 민물장어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3)씨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깊은 시름에 빠졌다. ‘매출 대목’인 추석연휴 동안 계속 문을 열 계획이었는데, 인근 가락시장이 강제 휴업에 들어가면서 덩달아 김씨의 영업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매일 가락시장에서 생물 장어를 납품받아 요리해서 판 김씨는 가락시장이 문을 닫는 기간이 늘수록 영업을 못하는 기간도 늘어난다며 울상을 지었다. 가락시장의 경우 그전 명절에도 휴업하고 경매를 중단했지만 시장 내 가게들은 자율적으로 영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가락시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이번 연휴기간 ‘강제휴업 지침’이 내려지고 시장의 휴업 기간도 당초 공지보다 이틀 늘어났다.

수산시장의 경우 18일 아침 경매 후 23일 저녁 경매 전까지 강제 휴업에 들어간다. 김씨는 “장어를 납품하는 가게가 원래 추석 당일에만 쉴 예정이라 추석 전날 밤 늦게 물건을 받아와 연휴 내내 장사를 할 계획이었는데 강제로 5일이나 문을 닫게 생겼다”며 “아무런 대책 없이 갑자기 다 문을 닫게 하니 허탈해서 잠이 안 온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락시장 폐쇄가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는지 서울시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백화점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소독하고 영업하지 않나. 대기업에게는 아무 말 못 하고 자영업자만 죽어라 잡는 느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추석연휴 동안 강제휴업에 들어가면서 김씨처럼 가락시장에서 물건을 받아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에게도 타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영업난을 겪는 가운데 추석연휴 대목을 맞아 한푼이라도 더 벌어보려던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닫게 돼 속이 쓰린 모습이다. 가락시장의 도매상인들도 연휴 기간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미리 받아 논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청과물코너가 폐쇄돼 있다. 뉴스1

1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선 지난 2일 종사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이날 0시 기준 확진자가 166명까지 늘었다. 이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전날 가락시장의 추석 휴업 시작일을 이틀씩 앞당겼다. 공사 관계자는 “가락시장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휴업일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과시장의 채소부류는 당초 19일에서 17일 저녁 경매 후로, 과일부류는 20일에서 18일 아침경매 후 등으로 이틀씩 앞당겨 휴업하게 됐다. 휴업이 끝나는 날은 23일 저녁∼24일 새벽이다.

가락시장에서 과일과 채소 등을 납품받던 자영업자들은 다른 구입처를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도 평소 가락시장에서 채소를 받는다. A씨는 “당장 다른 판매처를 구할 수도 없어서 그냥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 연휴 뒤인 23일에도 물건을 못 받는다고 해 걱정”이라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데 그냥 다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산물 소매업을 하는 안모(56)씨도 “가락시장에서 생선을 받아 파는데 휴업이라고 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인천에까지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시장에서 상인과 시민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명절 수요가 많은 과일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의 혼란이 크다. 경기도 용인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이번 명절엔 쉬는 날이 길어 얼마나 팔 수 있을지 예측해 미리 과일을 사 와야 하는 상황이라 혼란스럽다”며 “명절 과일은 포장을 해 판매하는 거라 명절이 지나면 팔기도 어렵다. 조금 더 일찍 휴업 계획을 알려줬다면 대처할 시간이 있었을 텐데 농민부터 도매인까지 모두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추석을 앞두고 물량을 잔뜩 준비한 가락시장 상인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수산시장 상인 장모(50)씨는 “평소보다 물량을 5∼6배 준비했다. 빚지고 물건 들여왔었는데 이제 빚만 남게 생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청과시장 상인 김모(60)씨도 “과일을 2000만∼3000만원어치 샀는데 토요일까지 어떻게 소진할지 고민이다.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됐는데 대목이 이런 일이 생기니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종민, 장한서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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