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노동 의혹 신장지역 상품 수입 금지 계획

유럽연합(EU)이 본격적으로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중국 견제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맞서기 위한 전략과 신장위구르 지역 강제 노동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에 강경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사진) EU 집행위원장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한 국정 연설에서 “우리는 전 세계 상품, 사람, 서비스를 연결하는 양질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원한다”며 “우리는 전 세계 국가들과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커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무역 관계를 더 깊게 하고, 국제 공급망을 강화하고, 녹색, 디지털 기술에 대한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면서 “유럽이 중국이 소유한 구리 광산과 항구 사이에 완벽한 길을 건설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투자에 관한 한 더 영리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거론은 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일대일로를 겨냥한 조치다. 그는 내년 2월 예정된 EU-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게이트웨이’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EU 시장에서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2500만명이 강제 노동을 하도록 위협받고, 강요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강제로 상품을 만들고, 이들 상품이 유럽의 상점에서 판매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역시 특정 국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EU는 중국의 신장자치구의 위구르족에 대한 강제 노동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 밖에도 이날 연설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유럽 칩스법’(European Chips Act)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과 설계에서 생산 능력까지 유럽의 점유율 감소, 아시아 제품 의존 등이 심해지고 있는데, 단순히 EU의 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기술 주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EU 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설계, 시험 능력을 연결하고, 개별 회원국의 투자를 조율하는 등 유럽 칩 생태계를 공동으로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독일 주재 중국대사관의 왕 웨이둥 상업 고문은 “EU의 일부 사람들은 외국인 투자, 공급망, 탄소 국경세 부과를 포함한 제한 조치를 계획하고 도입함으로써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간주한다”며 “이러한 정책이 정치적 요인에 의해 남용되고, 왜곡되고 있어 무역을 방해하고 중국 기업에 대한 제한 조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추이훙젠 유럽학과장은 “유럽은 고의적으로 양국 관계를 해치는 장벽을 설정했다”며 “관계 회복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반중 정책을 지속할 경우 유럽의 경제 회복과 공급망 안정성에 중요한 중국이 유럽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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