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맥줏집·여수 치킨집 사장 등
2021년 20여명 생활고 못 이겨 숨져
“1년반동안 45만곳 폐점·빚 66조”
서울 시내 임시 합동분향소 설치
유흥업주들 “500일째 영업 못해”
차량시위 막는 경찰과 몸싸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면서 정부에 방역지침 수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5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에 따르면 최근 전국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올해 들어서만 20여명이 생활고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강원도 원주에선 지난 13일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A(52)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원주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한 A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개월간 임대료를 내지 못했고, 주변에 “힘들다”는 고민을 털어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엔 서울 마포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던 50대 소상공인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전남 여수에서 치킨집을 하던 한 소상공인도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숨졌다.
자대위는 16일부터 사흘간 숨진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고 영업제한 조치 철폐를 촉구하는 합동 분향소를 서울 시내에 설치하기로 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방역지침을 바꿔야 한다’며 거리로 나왔다. 한국노래문화업중앙회 대전시협회는 사흘째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전에서 16년 동안 노래방을 운영하는 박종권(62)씨는 영업제한 뒤 월세와 관리비, 인건비 등으로 매월 400만~500만원 손해를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더는 참지 못해 거리로 나왔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건 큰 것도 아니다. 현재 오후 10시까지인 영업제한을 자정까지 2시간만 연장해 달라”고 절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간이주점은 전년 대비 14.1% 감소했고, 호프전문점은 11.6%가 줄었다. 노래방도 같은 기간 6.2% 감소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자대위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 6개월 동안 45만3000개의 매장이 폐점했으며 자영업자들은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고 있다”며 소상공인 업종 영업제한을 모두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현 방역 정책은 사실상 실효성 없음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기간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유흥업주들의 고통은 크다. 정부는 수도권 지역의 거리두기 4단계를 내달 3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이에 따라 유흥시설로 분류된 유흥·단란주점, 감성주점 등은 영업을 못 하고 있다. 유흥업주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합금지 명령 해제를 촉구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삶을 무너뜨리고 강제적인 집합금지만을 고집하고 있다”며 “500일 가까이 이어진 영업 중단으로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백화점과 마트, 관광지에는 집합금지가 없는데 유흥주점만 억압하는 것이 억울하다”며 “정부는 권력을 남용하지 말고 집합금지를 해제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당초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청와대까지 차량 행진을 할 계획이었으나 경찰이 차량 집결을 차단하면서 기자회견 장소가 변경되고 차량 행진도 취소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업주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단체도 자영업자들의 잇따른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와 국회의 대책은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식”이라며 “지금과 같은 한시적인 지원금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상가임대료 대책 등 전방위적인 중소상인·자영업자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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