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백신 정서도 미미해

칠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을 87%까지 끌어올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CNN은 칠레가 여타 남미 국가와 달리 높은 백신 접종률을 자랑한다고 보도했다. 87%에 달하는 칠레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여타 중남미 국가들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아메리카보건기구(PAHO)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칠레를 제외한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25%에 그친다.
칠레의 높은 백신 접종률의 배경에는 정부의 선제 노력이 깔려있다. 칠레는 지난해 5월부터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시노백, 칸시노 등 다양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제약사와 협상에 나섰다. 안드레스 쿠브 칠레 과학부 장관은 “처음부터 백신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확보했기에 접종이 순조로울 수 있도록 했다”며 “한 가지의 제약사에만 의존하지 않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안정된 정치, 경제적 상황도 한몫했다. CNN은 “칠레가 남미 국가 중 비교적 부채 비중이 작아 백신 물량 확보에 무리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현재 칠레 인구 1900만 명에 대해 확보된 물량은 3600만 명 분량이다. 이는 부스터샷 접종에도 돌입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다.
국민이 백신에 대해 갖는 신뢰도 크다. 올해 7월 초 칠레 보건부는 백신 접종의 효과를 입증해 보이며 신뢰도를 높였다. 칠레 보건부 의뢰로 진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66%, 중증 입원 위험으로부터 예방에 90% 효과가 있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 연구원이기도 한 에두아르도 운두라가 카톨리카대학 교수는 “칠레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건 매우 쉽고, 국민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해 반(反)백신 운동은 미미하다”고 했다.
여타 중남미 국가에서 최근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는 가운데 칠레의 지난주 확진자 수는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달 12일 기준 칠레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449명. 누적 확진자는 16만4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총사망자 수는 3만7000여 명이다.
올해 2월~7월 말까지 칠레의 신규 감염자는 매일 9000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확진자 수가 감소세에 접어들지만, 칠레 정부는 백신 접종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달 13일부터는 6세~11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에도 돌입했다. 해당 연령이 접종하는 백신은 중국산 시노백이다. 앞서 12세 이상 연령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하도록 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