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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에 충성 경쟁하나… ‘전랑 외교’로 분란 키우는 중국 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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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5 16:28:12 수정 : 2021-09-15 16: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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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중국 산시성 위린시 쑤이더 현의 한 마을을 방문해 농업 전선에서 농촌 활성화를 위한 지역 사회의 노력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위린=신화뉴시스

각 국에 있는 중국 대사들의 ‘늑대전사(전랑) 외교’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주로 미국을 겨냥하던 칼날이 중국에 약간의 위해가 된다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있다. 특히 시진핑 국가 주석이 “원칙은 조금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한 만큼 중국 외교관들이 충성 경쟁하듯 강성 발언이나 조롱 행위를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15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 등에 따르면 베트남 주재 중국대사관은 전날 일본을 향해 “도둑질을 멈추라고 외치는 도둑”이라며 “일본이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결의와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 대사관의 이 같은 성명은 베트남을 방문한 일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중국에 대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중국의 해안경비대법을 비난하며 “힘으로 현상태를 바꾸려 한다”고 비판한데 따른 것이다. 일본과 중국은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센카쿠제도) 영유권 문제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군 병력을 철수시킨 미국을 향해선 트위터 등에 조롱섞인 그림을 공유하거나, 비외교적 언어를 사용해 비판했다.

 

쉬에지안 일본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는 지난달 중순 트위터에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아프간인을 표현한 그림을 올리며 ‘미국의 아프간 20년 성과’란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림엔 2대의 미국 성조기가 그려진 비행기 등장한다. ‘2001년 아프간 침략시’라는 설명이 붙은 왼쪽 비행기는 미사일을 떨어뜨리고 있다. ‘2021년 아프간 철수시’ 설명이 붙은 비행기에선 사람들이 추락하고 있다.

 

해당 트윗엔 아프간을 탈출하다 사망한 이들을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한 쉬에 영사의 자격과 됨됨이를 묻는 비판 글들이 붙었다.

친강 미국 주재 신임 중국대사

또 친강 미국 주재 신임 중국대사는 8월말 미·중관계전국위원회(NCUSCR)가 주최한 화상 회의에서 “서로의 의견 차이를 해결할 수 없다면 (미국이) 입을 닥쳐야한다(Please Shut Up)”고 외교무대에서 쓰지 않는 강성 발언을 내뱉었다.

 

대사가 직접 해당국가 정치에 개입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국 주재 싱하이밍 대사는 최근 언론에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를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중국이 사드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언급한 내용에 대한 반박이었다. 싱 대사는 “중국 레이더는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고, 박근혜정부 당시 배치한 사드가 중국의 안보 이익과 양국 간 전략적 상호 신뢰를 해쳤다”고 반격했다.

 

중국 외교관들의 강성 발언이나 조롱 행위가 반복되자 일부 국가는 중국 외교관과 교류를 피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영국 상·하원은 정저광 주영 중국 대사에게 의회 출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정 대사는 ‘중국에 관한 의회내 초당적 모임(APPG China)’이 주최하는 파티에 초대받아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은 의원들이 발끈하며 우려를 담은 서한을 제출하자 상·하원 의장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영국 의회의 특정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중국과 영국의 정상적인 교류와 협력을 방해하는 비열하고 비겁한 행동은 양국 인민의 희망에 어긋나고 해롭다”며 “중국의 핵심 이익을 해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저광 주영 중국 대사

중국 외교관들의 ‘전랑 외교’은 시 주석의 ‘원칙’ 강조로 인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공산당 중앙당교에서 열린 당교 가을학기 중년·청년 간부 교육과정 개강식 연설에서 “공산당원에 있어 ‘호호선생’(好好先生·무골호인)은 진정 좋은 사람이 아니다. ‘호인주의’를 받드는 사람은 공적인 마음은 없고 사심만 있고, 바른 기운은 없고 세속주의만 있다”며 “환상을 버리고 용감하게 투쟁하며 원칙의 문제에서 조금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칙의 문제에서 절대로 모호할 수 없고, 물러설 수 없다”며 “그렇게하지 않는다면 당과 인민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며, 심지어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미중 경쟁 상황에서 대만, 신장, 남중국해 문제 등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해 다른 나라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공산당 정치국 30차 집단 학습에서 “중국의 종합 국력과 국제적 위상에 걸맞으며 개혁 발전에 유리한 외부 언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전 세계에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널리 알리고 겸손하면서도 신뢰감이 들며 존경스러운 중국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국가와 ‘전랑 외교’ 등으로 한창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나온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으로 외교 방식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만에 시 주석이 다시 ‘원칙의 문제’를 강조해 국제 사회에서 마찰도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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