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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카·히잡 강요 맞서 화려한 전통복으로 저항하는 아프간 여성들

입력 : 2021-09-14 22:00:00 수정 : 2021-09-14 19: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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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옷 아냐” SNS서 시위
남성들도 해시태그 달며 호응

전 세계의 아프가니스탄 출신 여성들이 형형색색의 전통 복장을 입은 모습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드레스 시위’를 펼치고 있다. 부르카, 히잡 등으로 여성의 몸과 얼굴을 가리는 복장이 아프간 전통이 아님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탈레반의 반여성 정책에 저항하는 의미가 담겼다.

1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이 운동의 신호탄은 아메리칸대 역사학과 교수를 지낸 바하르 잘랄리가 꽃무늬가 새겨진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모습(왼쪽 사진)을 트위터에 게시하며 쏘아 올렸다. 그는 “탈레반이 퍼뜨리는 잘못된 정보를 알리고, 교육하고, 불식하기 위해서”라고 사진을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1996∼2001년 1차 집권기에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없이는 여성의 외출을 금하고, 지난달 정권을 탈환한 후에도 여대생의 히잡(머리카락을 가리는 스카프) 착용을 의무화한 탈레반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잘랄리는 검은색 드레스와 베일, 장갑으로 온몸을 가린 여성 사진을 가리키며 “아프간 역사 속 여성 중 아무도 이런 식으로 옷을 입지 않았다”며 “이는 아프간 문화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트윗에 다른 아프간 출신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까지 ‘#내 옷을 건들지 말라’(#DoNotTouchMyClothes)는 해시태그를 달고 호응했다. 독일 도이체벨레(DW) 뉴스 아프간 지국장 와스랏 하스랏-나지미는 화려한 장식이 달린 붉은색과 푸른색 계통의 복장 차림을 하고선 “이게 진짜 아프간 문화이다. 아프간 여성들은 원래 이렇게 옷을 입는다”고 했다. 영국 BBC 방송의 아프간 출신 기자 소다바 하이다르(오른쪽)는 “우리는 다양한 색깔을 좋아한다. 심지어 우리가 먹는 쌀밥도, 아프간 국기도 다양한 색채가 있다”고 소개했다. 아프간 출신 영국 정치인 페이마나 아사드는 “탈레반이 여성에게 억지로 입히려고 하는 디멘터(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아즈카반 감옥 간수) 옷은 절대 아프간 전통 의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여성 인권을 보장하라는 국제사회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탈레반 고위 인사인 와히둘라 하시미는 이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샤리아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한 지붕 아래 같이 있을 수 없다”며 교육뿐 아니라 고용에서도 남녀 분리 원칙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그들(여성)이 우리(정부 부처)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여성이 이용하는 별도의 병원·학교 등 분리된 시설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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