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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체납자 숨긴 재산 찾는 ‘촉’ 가장 중요”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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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5 06:00:00 수정 : 2021-09-14 19:43:08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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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납자 추적 18년째’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이병욱 과장

과 창설 20년 3조6000억 추징
지자체 첫 가상화폐 압류 성과

체납자 강남 살며 생활고 호소
모 회장 조폭 부르겠다 협박도
이병욱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이 14일 “비양심 고액체납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세법상 5년 안에 압류하지 못하면 징수가 어려워요. 숨겨둔 재산 찾는 ‘촉’이 중요한 이유죠.”

1000만원 이상 지방세 고액체납자들의 재산을 추적하는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이병욱 과장은 ‘현대판 암행어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2001년 창설된 38세금징수과의 원년멤버로 세금징수 업무만 18년째 맡고 있다.

이 과장은 14일 세계일보와 만나 “우리가 뒷짐 지고 있다가 재산을 찾지 못하면 영영 세금을 징수하지 못할 수 있다”며 “‘여기에 숨겨둘 것 같다’는 촉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가 위치한 시청 별관 10층 입구에는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는 문패가 걸려 있다. 고액체납자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관리하는 지방세 체납액은 지난달 기준으로 약 3조원. 이 중 고액체납자 약 2만6000명이 내지 않은 세금은 2조56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 고액체납 전담팀인 38세금징수과의 역사는 지방자치제 부활과 궤를 함께한다. 1995년 민선 1기 지방자치단체장이 탄생하고 2년 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면서 고액체납자들의 세금징수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달 창설 20주년을 맞은 서울시 38세금징수과가 지금까지 걷은 추징액은 약 3조6000억원 수준이다. 참고로 38세금징수과의 이름은 ‘모든 국민은 납세의무가 있다’는 헌법 38조에서 따왔다.

38세금징수과 직원들은 다른 부서 공무원과 달리 3개의 출입증을 지니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증을 비롯해 체납자의 가택 수사를 할 때 보여주는 세무 공무원증, 검찰에서 발급받은 민생사법경찰증이다. 이 과장은 “세금징수 현장은 실제 드라마(OCN ‘38사기동대’)로 만들어질 정도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는 곳”이라고 웃음지었다. 그는 “세무공무원은 가택수사를 많이 가는데 한 기업 회장은 조직폭력배를 부른다고 협박을 하고 어떤 분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과장이 만난 고액체납자들의 첫마디는 대부분 “생활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강남 압구정 아파트에 호화롭게 사는 체납자들이 힘들다고 말할 땐 헛웃음이 나온다”며 “그들 말로는 한 달에 100억원씩 쓰다가 50억원 쓰는 게 너무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납자들이 자산을 숨기는 방법은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창고에 현금과 고급 미술품 등을 쌓아두는 것은 ‘쌍팔년도’ 버전이다. 최근에는 가상화폐로 재산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38세금징수과는 지난 4월 지자체 최초로 체납자 676명의 당시 251억원어치 가상화폐를 압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과장은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 출근하자마자 조세법전 목차부터 훑어보라고 이른다. 법과 절차에 따른 정확한 행정집행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세금징수에 대한 소송이 많아져 법에 대한 지식이 더 중요해졌다. 실제로 1000억원대 세금을 체납해 매년 국세청과 서울시 고액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일가는 고가의 미술품을 압류당한 뒤 해당 미술품이 최 전 회장과 공동소유가 아닌 부인과 자녀 등 각자의 소유라는 주장을 하며 소유권 확인소송을 냈다. 이 과장은 “이런 소송은 처음 겪는다”며 “일부 악성체납자는 압류된 재산이 처분되기 전 시간끌기를 위해 황당한 소송을 많이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장은 비양심 고액체납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들 이름이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고액체납자는 극히 드물다는 게 이 과장 판단이다. 그는 “고액체납자 명단 공개가 시작한 뒤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들의 체납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비양심 고액체납자의 경우 얼굴까지 공개하는 더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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