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아프간인 수용 미군기지선 ‘할랄’과 ‘차(茶)’ 제일 귀해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1-09-14 06:00:00 수정 : 2021-09-13 19:50:2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獨 람슈타인 공군기지에 아프간인 임시 수용소 들어서
할랄 음식 수요 많아… 고령층은 “차 마시고 싶다” 요구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 지원전대장인 에이미 글리슨 대령(왼쪽)이 이 기지에 임시로 수용 중인 아프가니스탄 탈출자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미 언론 ‘성조’(Stars and Stripes) 캡처

“여기는 독일입니다. 돼지고기와 슈니첼이 어디에나 있죠. 그런데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전혀 먹지 않아요.”

 

미국이 유럽에서 운영하는 군용 비행장 중 규모가 가장 큰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의 지원전대장을 맡고 있는 에이미 글리슨 대령의 말이다. 미 국방부는 아프간을 떠나 미국으로 이동 중인 아프간인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해 그들을 임시로 수용 중인 람슈타인 기지의 실태를 공개했다. 또 난민들이 기지에 머무는 동안 모든 의식주를 책임지는 글리슨 대령과의 인터뷰도 소개했다.

 

13일 미 국방부에 따르면 아프간을 탈출한 난민들은 미국에 입국하기 전 해외 미군기지에 임시로 머물며 코로나19 검사와 특별이민비자(SIV) 신청 자격 심사 등을 받는다. 독일의 람슈타인 기지와 더불어 이탈리아 시고넬라, 스페인 로타에 각각 있는 미 해군기지가 이런 ‘환승 센터’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미군이 지난달 31일까지 아프간 카불공항을 통해 대피시킨 아프간 국민은 약 12만4000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3만5000여명이 람슈타인 기지를 거쳐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났고, 2만1500여명은 현재 람슈타인 기지에 수용 중이다. 기존에 없던 작은 도시 하나가 새로 생긴 셈인데 미 국방부는 이를 ‘즉석 도시’(Instant City)라고 불렀다.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 군수품 창고에 아프가니스탄 탈출자들한테 지급할 기저귀 등 보급품이 가득 쌓여 있다. 미군 관계자는 가장 필요한 물자는 할랄 음식과 차(茶)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글리슨 대령은 이 소도시의 임시 시장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당장 아프간 탈출자들이 머물 주거공간부터 하루 세끼 먹을 음식, 신생아와 유아를 위한 기저귀까지 엄청나게 많은 물자를 조달하고 또 공정하게 분배해야 할 책임이 글리슨 대령의 두 어깨 위에 지워졌다.

 

“음식은 우리가 다뤄야 했던 가장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할랄 음식을 구하는 것은 어려워요. 아프간 사람들은 독일에 흔한 돼지고기 등은 전혀 먹지 않거든요. 당장 우리는 카레와 함께 많은 닭고기와 국수를 구할 수 있는 공급망을 찾아야 했습니다.”(에이미 글리슨 대령)

 

또 하나 미국인들에겐 생소한 것이 바로 아프간의 차(茶) 문화다. 아프간인들은 음식을 먹을 때 꼭 차를 마시는 관습이 있다. 특히 고령자일수록 차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리슨 대령은 “아프간 어르신들은 항상 ‘차를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며 “노력 끝에 우리는 충분한 차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군수 담당 책임자는 아프간인들에게 차가 갖는 중요성을 알고 나서 차 물량의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미국행을 앞둔 아프간인들은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그래도 탈레반 치하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사이에서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남성은 “미국에 가면 오하이오주(州)에 정착하고 싶다”고 한 반면 다른 남성은 “카불 외곽에 살고 있는 가족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카불에 거주했던 한 여성은 “탈레반 정권 하에서 여성들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강조했다.

 

람슈타인 기지로 이송되는 아프간 난민 수는 차츰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 글리슨 대령은 아프간 탈출자들을 임시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장병 및 군무원들이 보여준 노고를 거듭 치하했다. 이곳에서의 초조한 대기 끝에 비로소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난민들은 장병들이 기내에서 먹으라며 특별히 준비한 ‘깜짝’ 만찬을 받고 감동하게 된다. 글리슨 대령은 “우리 람슈타인 기지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보여줬다”며 “미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