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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프로필에 '근조 리본' 내건 자영업자들… “희생만 강요” 분노

입력 : 2021-09-13 20:00:00 수정 : 2021-09-13 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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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줏집 사장 죽음에 연대 나서
“남의 일 같지 않아” 글 잇따라
카페協 “올 5월에도 한분 떠나”
호프聯, 형평성 있는 정책 촉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천국 가서 돈 걱정 없이 사세요.”, “편히 쉬세요.”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맥줏집 앞. 굳게 닫힌 문에는 사장 A(57)씨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가게 앞에는 국화꽃 한 송이가 쓸쓸히 자리를 지켰다. A씨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영난과 생활고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안타까움을 느낀 이들이 갖다 놓은 것이다.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A씨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서울과 전남 여수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자영업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연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동병상련으로 안타까움이나 분노를 표출하는 자영업자가 많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프로필 사진을 ‘검정 리본’으로 바꾸고 고인을 애도하는 한편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영업자들의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글이 이어졌다. 한 자영업자는 “두 분이 또 가셨다. 자영업자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며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이런 비극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도 “눈물이 나서 숨 쉬기가 힘들다”며 “다 같이 일주일만이라도 카카오톡 프로필을 검정 리본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생활고를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23년차 맥줏집 주인 A씨의 빈소의 11일 모습. 연합뉴스

실제 많은 자영업자가 A씨 등을 추모하며 SNS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경기 안양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대권(33)씨도 자신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검정 리본 사진으로 바꾸고 추모글을 올렸다. 이씨는 “나나 다른 사장들도 똑같이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자영업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있는 현실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알려지지 않은 죽음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페대표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에는 서울 강남구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던 50대 남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허희영 카페대표협회장은 “고인은 아내와 두 자녀, 70대 노모를 모시는 등 부양가족이 많았다”며 “코로나19 이전부터 빚이 조금 있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을 못 한 후 빚이 감당을 못할 만큼 커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다”며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기에 일어난 사회적인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전국호프연합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인을 추모하며 방역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대표는 “비록 한 문장의 기사로 접한 소식이었지만 종사자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며 “정부는 형평성 있는 방역정책을 펼쳐 자영업자만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작금의 사태를 타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현모, 장한서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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