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 서명 기한 10월 10일
“전국적으로 관심 가져야 할 문제”

알고리즘으로 근로자의 생산성을 측정하는 아마존을 겨냥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이 만들어질 경우 아마존이 추가 채용에 나서야 할 수 있다고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지난주 아마존이 생산성 측정을 위해 사용하는 알고리즘을 주 의회에 공개토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마존이 창고 직원, 배송 기사 등에 적용하는 알고리즘은 2015년부터 써온 ‘플렉스’ 프로그램이라는 앱이다. 운전, 스마트폰 사용 시간 등이 기록된다. 이 프로그램으로 측정한 직원의 생산성은 아마존만 알 수 있다. 통과된 법은 알고리즘 데이터를 주 의회와 근로자에게도 공개해 회사가 자의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할 수 없게 했다. 또, 노동자에게 강제된 할당량도 공개돼 회사가 과도한 업무를 할당했다는 비난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아마존은 이 알고리즘을 저성과자 해고의 근거로 사용했다. 아마존 측은 저생산성으로 해고되는 비율이 전체 해고자 중 1% 미만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의 불만은 누적됐다. 시시각각 모든 움직임을 감시받는 가혹한 상황에 처했다는 호소였다. 심지어 일부 직원은 화장실 사용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페트병에 소변을 보기도 한다고 밝혔다.
아마존 노조에 따르면 창고에서 일하는 직원의 경우 나머지 직군보다 산재율이 8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리즘이 공개되면 산재율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비영리단체인 창고직원자원센터의 에세니아 바레라 위원장은 “이 법안은 근로자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보여주고, 산재율을 줄일 기준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아마존 창고에서 일했던 바레라 위원장은 2019년 근무 중 화장실 사용 빈도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WSJ는 법이 만들어질 때 아마존이 받는 피해를 수치화할 순 없지만, 직원 개개인의 할당량이 과도하다는 비판에 직면할 경우 추가 채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빠른 배송을 앞세우는 아마존이 기존 배송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이직률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바레라 위원장은 “법안이 시행되면 많은 근로자가 아마존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뿐 아니라 여타 주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베스 구텔리우스 일리노이대학 도시경제개발센터 연구 책임자는 “이 문제는 전국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라며 “다른 주들과 연방 의회에도 이 법이 적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법이 시행되면 21세기 근무 환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정치인들이 더 관심 있게 다루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 의회를 통과한 법은 개빈 뉴섬 주지사가 내달 10일까지 서명을 해야 발효될 수 있다. 뉴섬 주지사는 아직 서명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달 14일 주지사 주민소환투표를 앞두고 있는데 투표에서 소환 찬성표가 반을 넘기면 뉴섬 주지사는 직을 상실한다. 이 때문에 뉴섬 주지사가 선거에서 지면 후임자 취임 시기를 따졌을 때 내달 10일까지 서명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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