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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칼럼] 대선 정치개혁 공약, 이렇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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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2 23:16:45 수정 : 2021-09-12 23: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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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시대 유독 정치는 후행
승자독식·이분법적 싸움 지양
선거제 개선·국민소환제 도입 등
대선 후보들 정치개혁 앞장서야

대선 후보 경선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후보들의 정치개혁 공약이 중구난방으로 제시되고 있다. 부동산과 일자리 공약만큼 주목을 못 받지만 선거가 임박해질수록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일반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부문이 정치개혁이다.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시대를 맞아 우리의 일상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지만 유독 정치영역만이 변화와 개혁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치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승자독식’과 ‘권력독점’에 의한 ‘사생결단’의 대결구조이다.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진 정당은 대통령만을 상대로 공격과 방어에 몰두할 뿐 선거가 끝나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그들만의 전투를 벌인다. 단지 기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 몸싸움은 물론 무의미한 고소·고발과 소송을 서슴지 않는다. 새로운 대통령을 뽑으면 이러한 정치퇴행이 사라질 수 있을지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다. 그나마 당선 후 정치권에 압박감을 줄 수 있는 대선 후보의 정치개혁 공약이 제대로 마련돼야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 정치학

승자독식과 사생결단의 정치구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 민주화 이후의 ‘1987년 체제’는 30년이 지나면서 수명을 다했고 새로운 헌법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매우 절실하다. 권력구조 선택지는 크게 3가지가 있는데 일본식 내각책임제와 프랑스식 이원정부제보다는 미국식 대통령 중임제가 우리 현실에 더 잘 맞아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왔다.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고 부통령제를 도입한다면 집권세력에게 시간적 여유가 생겨 단 하나의 정책에 모든 걸 거는 도박의 위험이 줄어들고 부통령을 통한 야당과의 협치 등 다양한 실험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내각책임제의 권력분산의 효과가 더 클 수도 있고, 이원정부제의 내치와 외치의 분리에 의한 장점이 존재하지만 국민에게 혼란을 최소화하는 상대적으로 익숙한 제도인 대통령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아군과 적군이 갈린 우리 국회는 입법부로서의 권위가 실추됐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됐다. 국회선진화법의 도입으로 몸싸움이 사라지고 국회운영이 달라질 것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은 차기 선거를 위해 예산낭비를 알면서도 선심성 지역구사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엄청난 예산이 낭비되는 잘못된 사업이지만 실패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국민소환제는 이러한 의원의 무책임한 행위를 통제하기 위해 시급히 필요하다. 대통령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임기 중 소환돼 파면될 수 있지만 국회의원만은 예외라는 것이 의아하다. 이미 17대 국회부터 국민소환제 입법은 발의되고 자동폐기되기를 반복해 왔다. 의원들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제는 대선 후보들이 입법부의 책임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국민소환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대선 후보의 지나친 포퓰리즘 공약은 비판받아야 한다. 대선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으로 국회의원 수를 무작정 100명 줄이자는 주장은 입법부의 존재와 대의제 민주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비록 국회가 비난받고 있지만 없앨 수는 없기에 애정을 갖고 발전시켜야 우리의 민주주의도 동반 성숙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우리의 의원 수가 결코 많은 것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날로 비대해지는 행정부의 역할과 권한남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입법부의 견제와 감시 역할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선거제도는 승자독식과 이분법적 진영싸움을 막기 위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작년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됐지만 비례대표의석이 47석 그대로였고 그중 30석만 연동제를 적용했으며 설상가상으로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연동제에 역행하는 위성비례정당을 만들었다. 유권자의 투표 수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해 대표성을 높이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가 누더기가 돼 버린 것이다. 특히 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지 말고 연동형 비례제의 정상화를 공약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정교한 정치개혁 공약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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