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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2명만, 영업은 9시까지’… 23년간 마포서 맥줏집 운영한 사장님의 쓸쓸한 죽음

입력 : 2021-09-12 13:00:00 수정 : 2021-09-12 13: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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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마포에서 맥줏집 운영 시작, 한 때 가게가 4곳까지 늘어날 정도로 번창했지만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경영난·생활고 시달려
23년간 마포에서 맥줏집 운영해온 A(57)씨의 빈소엔 지인과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던 한 자영업자의 쓸쓸한 죽음이 전해졌다. 그의 지인들은 “이러려고 23년 동안 억척스럽게 장사했느냐”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7일 마포에서 23년간 맥줏집(호프)을 운영해온 A(57)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 사망 시점은 발견되기 며칠 전으로 추정되며, 지인에게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은 지난달 31일이었다.

 

이날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A씨의 발인이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인은 1999년 서울 마포에서 맥줏집 운영을 시작했다.

 

그의 주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운영하는 가게는 몇 년 새 식당·일식 주점 등 4곳으로 늘어났다. 당시 요식업계에선 드물게 ‘주 5일제’를 시행하고, 불어난 직원들에게 가게 지분을 나눠줬을 정도로 고인은 요식업에 열정적이었고 모든 인생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A씨를 20년간 알고 지냈다는 김수만(45)씨는 영정 속 A씨의 모습도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라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코로나 상황이 2년째 이어지면서 A씨 역시 경영난을 겪었고, 생활고에 빠지게 됐다고 한다. 매출은 절반에서 3분의 1로, 하루 10만원 아래까지 떨어졌고, 영업제한조치가 강화된 지난해 말부터는 손님이 아예 끊겼다고 한다.

 

운영하던 가게는 4곳에서 1곳으로 이미 몇 해 전 정리한 상태였고, 월세 1000만원과 직원 월급을 감당하기 버거운 순간이 계속됐다고 한다.

 

김씨는 “단체업소에 손님 2명만, 9∼10시까지 받으라고 하면 장사를 어떻게 하느냐”고 한탄했다. 또 “탁상에 앉은 사람들은 계속 2주씩 (거리두기 단계 조정을) 미루는 결정만 하면 되겠지만 왜 희생은 자영업자만 해야 하는가”라고 정부를 원망했다.

 

그러면서 “만날 ‘나라에 곳간 빈다’고 하는데, 그러면 곳간을 채워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급할 때 쓰려고 채우는 것 아닌가”라며 “나라는 안 망했지만, 국민이 다 죽는다면 곳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라고 쓴소리 했다.

 

김씨는 A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워낙 어려운 이야기를 못 꺼내는 성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마지막에 봤을 때는 많이 야위었던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파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 밥을 잘 못 먹은 것 같다”고도 했다. 그의 빈소에는 지인들은 물론, 그간 고인과 함께 일한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고도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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