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장, 신고 사실 접하고도 분리 조치 안 해
유족 "내용 보고도 인지 못 한 건 무능한 것"

폭행과 폭언, 집단 따돌림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해군 일병이 가해 선임병들의 실명을 적어 함장에 신고했지만, 분리 등 적절한 후속조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함장은 피해 사실을 신고받고도 군 수사에서 “폭행으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 정모 일병의 모친은 지난 11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이 3월 16일 SNS 메신저로 함장에게 가해 선임병 3명의 실명을 직접 적어 신고했다"고 밝혔다.
가해 선임들은 근무 중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정 일병의 가슴과 머리를 밀치고 갑판에 넘어뜨리는 등 폭행했고, 정 일병이 이를 함장에게 알렸다고 모친은 설명했다. 정 일병은 또 선임병들이 자신에게 “뒤져버려라” 등 폭언을 한 사실도 함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신고 사실을 접했음에도, 함장은 정 일병과 선임병들의 분리 조치를 하지 않았다. 정 일병은 신고 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신고 10일 후인 3월 26일 자해를 시도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함장은 신고를 받은 지 21일 만인 4월 6일에야 정 일병을 하선시켜 민간병원 위탁진료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모친은 "수사관에게 '함장이 당시 신고받고 왜 조치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더니, 함장은 '그 문자만으로는 폭행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며 "대령(함장)이란 사람이 '무궁화 세 개'(계급장)를 달 동안, 그 내용을 보고도 폭행으로 인지 못 한 건 무능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해군의 소극적인 수사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군은 정 일병이 숨진 채 발견된 6월 18일에야 수사를 시작했고, 현재까지 입건된 가해자는 1명이 전부다. 지난 7월 청해부대 34진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의 후속조치를 위해 아프리카로 긴급 파견됐던 강감찬함 간부들이 지난 11일 국내로 돌아온 가운데 해군은 함장 등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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