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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野 유력 후보 입건… 공수처, 선거개입 논란

입력 : 2021-09-11 08:00:00 수정 : 2021-09-11 13: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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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의혹 수사… 대선정국 격랑

직권남용·선거법 위반 등 4개 혐의
김웅·손준성 집·사무실도 압수수색
혐의 확인 안됐는데 유력 후보 입건
국민의힘 “심각한 야당 탄압” 반발

제보자 지목된 조성은씨 “내가 맞다
김웅이 고발장 꼭 대검에 접수하라 해”

尹후보측 “권력기관 정치개입 노골화
상습 고발자와 손발 맞춰 尹 흠집”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에서 열린 한국교총 대표단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야권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 범죄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입건했다. 야권의 지지율 1위 후보가 경선 국면에서 피의자로 입건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정치적 파장이 일고 있다. 공수처는 국민적 관심 사안이라서 강제 수사에 나섰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후보를 입건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10일 과천 공수처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전 총장을 어제 입건했다”며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라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4월 여권 인사와 언론인 등에 대한 고발장 작성을 지시하고, 야권에 전달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 등 5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검사 5명 등 23명을 동원해 김 의원의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지역구 사무실 및 주거지, 손 검사의 대구고검 사무실과 주거지 등 총 5곳에서 영장을 집행했다. 공수처 대변인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한 정당한 법 집행”이라며 “영장은 청구한 대로 법원에서 그대로 발부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과 오후 브리핑이 서로 차이가 나는 등 혼선을 겪은 뒤 “입건은 윤 전 총장과 손 검사 두 명, 혐의는 (2명 모두에) 일괄해서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됐다”고 최종 정리했다. 압수수색은 ‘고발 사주’ 의혹이 언론에 의해 폭로된 지 일주일 만이고,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김한메 대표가 고발한 지 나흘 만인 만큼 이례적이었다.

 

공수처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너무나 중대한 범죄로 증거 확보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실제 김 의원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고, 손 검사는 연루 의혹 일체를 부인했다. 피고발인인 윤 전 총장은 ‘정치 공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증거인멸과 말 맞추기 등을 우려하고 전광석화처럼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왼쪽)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

이날 손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순조롭게 마무리됐으나, 김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은 양측이 절차적 문제로 충돌하면서 무산됐다. 국민의힘 측이 공수처 압수수색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며 막아선 탓에, 이들과 약 11시간 동안 대치하던 공수처 직원들은 압수수색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결국 오후 9시 20분쯤 철수했다. 국민의힘은 허윤 검사 등 6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의원들이 영장을 가져가 소리내 읽었다”며 “피의사실이 유출될 수 있는 데다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는 “김 의원으로부터 위임을 받았다는 보좌관에게 영장을 제시했고, 보좌관 컴퓨터도 압수수색 영장 범위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중립·독립·객관성을 지향하는 수사 태도를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심각한 야당 탄압”이라며 “김진욱 공수처장은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우리 당으로 들어온 공익제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정당의 문제지 공수처가 개입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며 “야당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지지부진, 세월을 늦추기만 하다가 여당 측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전광석화처럼 기습남침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고발사주 의혹’의 제보자로 지목됐던 조성은씨는 이날 자신이 제보자이자 공익 신고자라고 밝혔다. 조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의혹에 대한 윤 전 총장의 국회 기자회견을 보고 내가 공익신고자임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해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조씨는 인터뷰에서 지난해 총선 직전 당시 김웅 후보에게서 텔레그램을 통해 손준성 검사가 보낸 것으로 표시된 100쪽 분량의 고발 관련 문건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조씨는 “김 후보는 당시 대검 민원실에 접수하라고 했으며 절대 중앙지검에는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대검은 윤석열 총장 관할이었고 중앙지검장은 친정부 검사로 분류됐던 이성윤 지검장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제1야당 유력 후보 향해 칼 빼든 공수처… 野 “정치공작” 격앙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당국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피의자로 입건되면서 야권이 발칵 뒤집혔다. 윤 후보 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향해 “권력기관의 정치개입 노골화”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도 “뻔한 정치공작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쟁점은 윤석열 후보의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야당에 청탁 고발을 했는지, 윤 후보가 이에 개입했는지다. 수사 결과 윤 후보의 개입 정황이 드러날 경우 대선 정국의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이날 공수처의 윤 후보 입건에 대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시작 이후 정권의 눈치를 보는 권력기관의 정치개입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상습 고발자(윤 후보를 고발한 친정부성향 단체)와 손발을 맞춰 윤 후보를 흠집 내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윤 후보는 이날 당의 대선후보 면접에서 “입건하라고 하라”며 정면돌파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현직 야당 의원에 대한 무자비하고 불법적인 압수수색도 모자라, 제1야당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해 가정과 추측에 근거한 속전속결 입건을 밀어붙였다”며 “정치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수사관에 항의하는 김웅 의원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가운데)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제보자가 임의 제출한 휴대폰 포렌식(디지털 증거 복원)을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손 검사의 업무용 컴퓨터를 확보해 분석한 곳은 대검이다. 공수처는 한 발 늦은 지난 9일 제보자 휴대폰을 임의 제출받아 조사에 나섰다. 공수처는 이날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도 또 다른 핵심 증거물이 있는 대검은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확실한 증거 없이 윤 후보를 무리하게 입건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검은 이날 “공수처 수사와 중첩되지 않는 범위에서 절차대로 진상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향후 공수처의 요청이 있으면 최대한 수사에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간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로 지목된 조성은씨는 이날 JTBC에 출연해 “내가 제보자가 맞다. 이번 의혹에 대한 윤 후보의 국회 기자회견을 보고 내가 공익신고자임을 밝히기로 했다”며 “(문제의 고발장을 김 의원이) 어떤 집단과 공유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 검사가 고발장 작성에 개입했거나, 윤 후보가 이를 인지·관여했을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조씨는 “이 자료는 워낙 휘발성이 강해 USB와 당시 사용했던 휴대폰, 최근 이미징 캡처 등의 원본을 보여드려야 가장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당사자임을 밝히면서 (원본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의원이 왜 본인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제가 N번방 TF 등 선거대책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여러 제보를 받는 것을 알고 주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갑자기 몇백까지는 아닌데 백장에 가까운 이미지파일을 일방적으로 전송했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수사관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 ''키맨''으로 지목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선 10일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김웅 의원의 부재 동안 진행된 공수처의 김웅 의원 컴퓨터 압수수색 관련 사진을 보여주며 불법적인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김 의원이 고발장을 대검 민원실에 접수하라고 요구했다면서 “‘대검 민원실에 접수하십시오. 절대 중앙지검은 안 됩니다’라는 순서로 말했다”고 전했다.

 

조씨는 “언론에 알린 건 제보가 아니라 사고였다”며 “뉴스버스 기자에게 ‘지난해 총선 때 이상했던 지점이 있다’고 말했더니 기자가 ‘어떤 건지 보자’고 해서 김 의원이 전달한 대화창 이미지를 함께 봤는데, 기자가 ‘검사 이름 아니냐’고 했다. 저는 그때까지도 (손준성이) 캠프 사람인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제보자가 아니라고) 사실이 아닌 부분을 말씀드리게 된 점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신청을 안 한 이유에 대해선 “이건 대검 수뇌부 범정(범죄정보)이라는 비위 사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권익위 절차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고리인 고발장 작성자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총선 직전 김 의원에게 전달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초안 작성자로 지목된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지난 9일 ‘고발장을 직접 작성한 게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작성한 바가 없다”고 답했다. 해당 고발장 초안을 검찰 관계자가 작성했을 가능성을 놓고 “검찰발이 맞다”, “검사가 작성했다고 보기에는 투박하다”는 등 갑론을박만 이어지고 있다.

김웅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 11시간 대치 끝 무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운데)와 김웅 의원(왼쪽 첫 번째) 등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김 의원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공수처 허윤 검사 등은 야당 의원들과 11시간에 걸친 대치 끝에 영장 집행을 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연합뉴스

한편 법조계 안팎에선 공수처의 속전속결 압수수색과 관련해 대검과 경쟁하는 가운데 주도권을 쥐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검의 선제적 조치를 의식하며 ‘전광석화’와 같은 강제수사로 주요 증거를 검찰보다 먼저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번 압수수색의 관건은 손 검사의 휴대폰에서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다. 공수처는 해당 휴대폰에서 지난해 4월3일 김 의원에게 보냈다는 문제의 고발장 흔적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고발장 작성이나 전달 과정, 나아가 ‘윗선’이 개입한 흔적이 발견될 경우 윤 후보는 정치적으로 큰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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