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검사 “고발장 작성 안했다” 부인
檢서 조직적 작성 여부 놓고 갑론을박
손 휴대폰 속 고발장 흔적 찾기에 사활
野 “적법 영장 없이 의원회관 압수수색
‘정치쇼’ 김진욱 처장 사퇴하라” 강력 반발

연합뉴스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당국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피의자로 입건되면서 야권이 발칵 뒤집혔다.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압수수색과 유력주자 입건에 대해 “불법, 공수처의 정치쇼”라고 반발했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쟁점은 윤석열 후보의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야당에 청탁 고발을 했는지, 윤 후보가 이에 개입했는지다. 하지만 핵심 당사자인 김 의원이 전후 맥락과 관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진실 공방만 거듭되고 있다. 윤 후보의 개입 정황이 드러날 경우 대선 정국의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는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고리인 고발장 작성자와 제보자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총선 직전 김 의원에게 전달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초안 작성자로 지목된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지난 9일 ‘고발장을 직접 작성한 게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작성한 바가 없다”고 답했다. 해당 고발장 초안을 검찰 관계자가 작성했을 가능성을 놓고 “검찰발이 맞다”, “검사가 작성했다고 보기에는 투박하다”는 등 갑론을박만 이어지고 있다.
제보자의 실체도 오리무중이다. 제보자로 지목된 조성은씨는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대다수의 내용은 김 의원이 주도하는 명백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자신이 제보자이면서 공익신고자”라고 주장한 인물 A씨가 방송 인터뷰에 등장하며 혼란이 거듭됐다. A씨는 “김 의원에게 당시 자료를 받은 것은 맞지만 당에 따로 자료를 전달하진 않았다”고 밝히며 국민의힘 내 ‘고발 사주’ 의혹에 개입한 또 다른 인물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당국 수사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는 제3자의 고발장 하나를 근거로 이 사건에 개입했고 백주 대낮에 야당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겠다고 나섰다”며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문제의 파일을 전달했는지 여부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김 의원의 스마트폰에 어떤 자료가 있는지, 그 고발장이 어디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또는 아예 증발했는지는 아무런 법적, 정치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손 검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참고인 신분’인 김 의원을 압수수색한 것은 정치적 의도를 지닌 행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적법하게 영장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며 김진욱 공수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압수수색의 대상, 범죄사실이 뭔지 얘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 PC와 보좌관 PC의 압수수색을 시작했고, (내가 없는 상태에서 공수처 수사관들이) ‘김 의원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는 거짓말을 했다”며 법적으로 문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도 이날 국민의힘 대선후보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 수사와 관련해 “자기들(정권)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안하고 뭉개고 이러다 (야권만 압수수색을)하게 되면 필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반발이 나오는 것”이라며 “망신 주기 압수수색”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 안팎에선 고발인 조사 이틀 만에 압수수색을 벌인 것을 두고 이번 사태에서 공수처가 주도권을 갖고 수사를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검찰청 감찰부가 지난주에 손 검사의 업무용 컴퓨터를 확보해 분석하는 등 선제적으로 나선 가운데 한 발 늦게 출발한 공수처가 ‘전광석화’와 같은 강제수사로 주요 증거를 검찰보다 먼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압수수색의 관건은 손 검사의 휴대폰에서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다. 공수처는 해당 휴대폰에서 지난해 4월3일 김 의원에게 보냈다는 문제의 고발장 흔적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고발장 작성이나 전달 과정, 나아가 ‘윗선’이 개입한 흔적이 발견될 경우 윤 후보는 정치적으로 큰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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