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G20 회의 계기로 G2 회담 성사될지 ‘주목’

중국의 유엔 가입 50주년을 앞두고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바꿀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최근 대만을 둘러싸고 고조됐던 미·중 갈등이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다음달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10일 중국 신화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이제까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변경할 생각이 없었다”며 “미국은 중국과 성의 있는 교류와 건설적인 대화를 많이 하길 원하며,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하고 우선적 영역을 정해 오판과 의외의 충돌을 피하며 미·중 관계를 정상 궤도로 회복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미·중은 1971년의 해빙(解氷) 이래 손을 잡고 각국에 실질적 혜택을 주기 위해 협력했다”고 화답했다. 이어 “지금 국제사회는 많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조속히 안정적인 발전의 올바른 길을 걸어가면 양국은 물론 세계 각국 국민에게 더 나은 이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71년의 해빙’이란 표현이 눈길을 끈다. 이는 그해 7월 미국 리처드 닉슨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던 헨리 키신저가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해 미·중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것을 지칭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중국을 ‘중공’이라고 부르며 경원시했고, 자유중국(대만)을 진짜 중국으로 인정했다.

키신저의 방중 이후인 1971년 10월 유엔 총회에서 중국의 유엔 가입안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했다. 이로써 대만은 독립국의 지위를 사실상 잃고 유엔에서 축출됐다. 대신 중국이 정식으로 유엔 회원국이 되면서 과거 대만이 갖고 있던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까지 넘겨받았다. 오늘날 중국이 그토록 강조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국제사회가 받아들인 셈이다. 올해는 중국의 유엔 가입 50주년으로 중국 입장에선 아주 뜻깊은 해다.
바이든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 그리고 시 주석이 미·중 관계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난 1971년의 해빙을 언급한 것 등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강대강 대결로만 치달은 두 나라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징표란 해석이 많다. 그간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코로나19 백신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하나의 중국 원칙을 대놓고 무시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이에 중국은 대만해협에서의 대규모 무력시위로 맞서며 긴장이 고조됐다.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오는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인지에 쏠린다. 중국은 다른 다자회의에 ‘2인자’ 총리를 참석시키는 것과 달리 G20만큼은 주석이 직접 챙겨왔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출석을 공언한 상태이고 시 주석은 아직 참가 여부가 불확실하다. 만약 시 주석이 로마에 간다면 이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면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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